당신의 불안함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불안하면 그 불안을 그대로 안고 있지 못합니다. 보통은 그 불안을 자신보다 약한 이에게 쏟아붓습니다. 보통은 '화'라는 형태로 누군가를 탓하게 됩니다. 약한 인간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아봅니다. 당신은 나를 보았고. 어느 순간엔 그 점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약한 인간이 아닙니다. 처음엔 몰랐겠지만 지금은 알겠지요. 나의 나약해 보이는 면면으로 사람들은 오해하곤 하지만 나처럼 대책 없이 견디어내는 인간은 드물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당신이 화를 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왜 불안해 하나요. 무엇이 그토록 불안한가요. 당신의 말이 모두 거짓인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인가요. 거짓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백색에 가까운 인간이 얼마나 될까요. 거짓은 거짓일 뿐입니다. 누구나 여러 가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게도 여러 얼굴이 있습니다. 타인이 그려낸 모습도 스스로 그려낸 자화상도 다양합니다. 누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선은 온 힘을 다해 기울어야 하는 삶의 방향인 것일 뿐 그보다 중요한 것은 중심을 찾는 것. 중심을 잡고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짓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닙니다. 부끄러움. 인간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그 자리에 멈추어 있던가요. 그다음이 있을 겁니다. 그다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그다음엔 그런 마음이 찾아올 겁니다. 당신에게도. 내게도 말입니다. 뜻하지 않게 세차게 흔들리며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당신의 얼굴을 보게 됐네요.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될 겁니까. 당신은 어떤 방향으로 향할 겁니까.
나도 다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다음. 더 나은 한 사람의 몫을 해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아무것도 아니라 말을 해놓고는 정작 나는 위태롭습니다. 어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오늘은 바닥의 한 층을 더 뚫고 내려갑니다. 삶의 계단은 끝이 없습니다. 위로든 아래로든 마음먹는다면 마음먹은 만큼 향할 수 있습니다. 오늘 나의 마음은 힘을 내지 못하고 감정에 기울어 아래로 향합니다. 기쁨이 있을 때엔. 아주 작은 미소라도 지을 수 있었을 때에는 나는 달려갔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아래로 아래로 굴러 떨어집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습니다. 왜 그랬나요. 어떤 음성들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나는 계속해서 묻습니다. 이번 물음에는 화와 분노가 어립니다. 탓을 하고 싶어 집니다. 지금처럼 약해진 당신에게 나는 무엇을 쏟아낼지 모르겠습니다. 멀리. 더 멀리로 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나는 분명한 하나의 마음을 보았습니다. 뾰족한 무엇으로 당신을 찌르고 아프게 하고 싶진 않다는 마음 하나입니다. 나의 화와 분노는 그 마음애래에 위치합니다. 나의 삶을 제대로 감싸 안지 못했는데도. 모든 것을 덮어줄 수 있을 것만 같은 ㅡ 커다란 하나의 마음이 있습니다. 그 마음이 위태로운 나를 지탱합니다. 화, 분노, 원망, 미움, 실망, 차가움. 그 차가움. 그것을 덮는 온기. 그 마음.
같지 않은 마음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당신을 기만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나의 마음은 속지 않으니 누구에게도 진실 아닌 것의 마음을 말할 수 없습니다. 극단적인 것은 언제나 상반된 지점이 아닌 한 면으로 존재한다고. 얘기했던가요.
모두가 알지만 모두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보려 하지 않는 마음은 많은 것을 가려냅니다. 눈을 감은 마음으론 진심을 볼 수 없습니다.
25.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