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 알았던 나무입니다. 찬란했던 초록 잎을 모두 떨구고 말라비틀어진 잿빛의 나와 같은 마른 몸입니다. 죽은 나무에 물을 주었습니다. 그간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뒤늦게 만회하려는 움직임입니다. 겨울이라서. 겨울이기에. 잠시 멈춘 것인지도 모릅니다. 멈추었다... 시간이 흐르는 일에 멈춤은 없지만 되지 않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을 주었습니다. 물을 주고 봄이 왔습니다. 나무는 여전히 겨울입니다. 계속해서 물을 주었습니다.
누군가가 가지를 쳐냈습니다. 땅에 떨어진 가지는 새로운 생명의 거름이 될까요. 죽은 나무의 땅엔 새로운 생이 깃들 수 있습니다. 물을 주었습니다. 가지를 쳐낸 적나라한 나무는 여전히 겨울입니다.
여름의 초입이 되었습니다. 시간은 결코 멈추는 법이 없지만 생을 되돌리는 힘이 있습니다. 아이러니입니다. 멈출 수는 없고 되돌 릴 수 있다. 나아감과 동시에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일까요. 스스로 묻고 스스로 고민합니다. 그러니까. 아니, 시간 안에 관심과 바람과 소망이 깃들면 생명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나무는 다시금 초록 잎을 틔워냅니다. 살아있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그 나무는 살았습니다. 물을 주었습니다. 연한 초록잎을 톡 건드려 봅니다. 시간 안에 무얼 둘 건가요. 나는 작게 웃습니다.
언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여름이 아니라 봄을 맞은 기분입니다. 나도 나무가 될 수 있을까요. 뿌리를 내리고 싶습니다. 나의 심장은 바깥에 있습니다. 나는 나의 심장을 땅에 묻고 싶습니다. 이런 말은 이상한가요. 바람이 일고 거짓 숨을 쉬는 나. 나는 따뜻한 흙에 덮이고 싶습니다. 물을 머금고 땅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싶습니다. 생명력이 가득한 인간이고 싶습니다. 초록을 품고 싶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나무처럼 죽은 것처럼 보이는 잿빛 인간이지만. 실은 누구보다 삶에의 의지가 강한 하나입니다.
겨울은 끝나려나요. 나는 나무가 될 수 있을까요. 시간 안에 무얼 둘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