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었습니다. 눈을 뜬 오늘 나는 태어납니다. 오늘 태어난 나는 어제의 뭉뚱그려진 기억을 안고 하루를 보냅니다. 나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검은 글자들은 이 순간 하나의 지점으로 향합니다. 마침표가 찍힐 지점으로 글자들은 나아가갑니다. 나에게서 태어난 글자들을 바라봅니다.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습니다. 의미가 없을지 모릅니다. 태어났지만 때로 무수한 삶이 진짜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처럼. 이 글은 죽은 글자들 일지 모릅니다. 당신을 만나면 심장이 뛰었습니다. 태어난 나는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매일 같이 만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어깨를 늘어뜨리고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무표정의 우리는 매일 함께합니다. 늘 생각했습니다. 매일 마주하는 그 얼굴들은 숨쉬기 위해 살지만 숨 쉬는 법을 잊고 태어났기 때문에 움직이고 있을 뿐이라고. 살아있나요. 살아있는 존재들의 움직임에 생동감이 깃들지 않습니다. 이것은 태어난 인간의 평범한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제와 내일의 사이에서 우리는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고 있나요.
손바닥을 펼쳐 가슴께를 지그시 눌러봅니다. 손의 열이 따뜻하게 퍼지며 약한 진동이 느껴집니다. 나는 태어났고 아직 살아있습니다. 당신을 만나면 나의 심장은 좀 더 크게 움직였던 것을 기억하며 지금은 깊게 잠겨 온몸으로 조용히 슬픔을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눈에 눈물이 고입니다. 태어난 인간은 울음을 터뜨리게 됩니다. 그렇지만 곧 울음을 그치고 같은 버스를 탈 겁니다.
오늘은 날이 흐리네요. 비가 온다고 했으니 비가 세차게 와주었으면 합니다. 어설프게 흐린 날엔 감정이 혼란스럽습니다. 문득 티파사의 오렌지 빛 타오르는 태양을 보고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카뮈의 나라에 가고 싶습니다. 뜨거운 사람들의 곁에 뜨겁게 물이 든 인간이고 싶습니다. 아주 가벼운 옷차림으로 입꼬리가 한 껏 올라간 웃음을 지으며 걷고 싶습니다. 태양아래 물이 든 인간이고 싶고 타오르는 인간이고 싶습니다. 그러나 곁에는 당신이 없습니다. 당신과 함께한다는 생각을 하니 어색합니다. 아마 나는 눈치를 볼 겁니다. 당신의 표정이 어떠한가를 살필 것이고 걸음을 같이하려 할 것이고 기분을 살피며 자유로운 걸음이 경직되는 모습을 보일 겁니다. 자연스럽지 못한 움직임에 웃음을 띤 얼굴이 굳을 겁니다. 당신을 만나면 심장은 뛰었지만 편안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신과 나 사이에 하나의 커다란 장벽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티파사의 태양 아래 커다란 장벽이 세워지고 그 사이에 당신과 내가 있습니다. 각자의 걸음으로 걸어야만 한다는 걸 그 장면을 떠올리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벽을 넘어선다면 닿을 겁니다. 닿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습니다. 닿지 않으면 간절해진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기 때문에 이토록 자연스럽지 못한 나를 자연스러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내일 태어난 나는 당신과 손을 잡고 걸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함께할 수 있나요.
구름이 가득한 하늘 열린 거실 창으로 도심의 소음을 듣고 있습니다. 새소리가 희미합니다. 듣고 싶은 소리는 가장 멀리에 있습니다.
25.06. #4 #일부 #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