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견디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타자와의 소통 없이. 교류 없이 세상에 나 혼자 동떨어진 채 존재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오늘 그런 사람을 보았습니다. 타인에게 손 내밀지 못하는 자존심이 세고 자기 자신만을 보는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흔한 말들 가운데에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홀로 선 사람.
누구에게 기대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요청'하는 일은 없습니다.
컴퓨터 모니터의 받침을 옮기다 균형을 잃은 나란한 두 대의 모니터가 앞으로 쏟아지는데 그걸 양손으로 받치고 머리로 받치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 잠깐이라던지. 소리를 내어 관심을 돌린다던지 도와달라던지. 아무런 요구가 없는 사람. 나는 궁금해졌습니다.
그분의 나이는 쉰여덟의 여성으로 회사의 막내자리에 있습니다. 이혼을 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다 자란 것 같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저 일에 실수가 없기를 바랍니다. 기대하는 바는 없습니다. 기대받고 싶어 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오늘 하루 아무 일 없기를 바라는 모습입니다.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요.
혼자 감당해야 하는 삶이었을까요.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도움을 주어도 받지 못하는 삶은 외롭습니다. '고독'과는 또 다른 의미의 외로움...입니다. 살짜쿵 기울어졌을 때에 기대어 쉬어가지 못하는 사람. 나는 오늘 회사에서 그 사람을 보고 또 나를 보게 됩니다. 나의 손을 잡아주세요.
도움을 주는 쪽으로도 받는 쪽으로도 움직이지 못하는 나의 손은 머뭇거리며 얌전히 두 다리 곁에 놓입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홀로. 견디는 삶.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동료가 있는데도 왜 '홀로' 서 있는가.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하나 던져 넣습니다.
나는 무엇을 감당하려 하나요.
아니. 아무것도 감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까요.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의존. 의존하게 될까 지레 겁을 먹은 겁니다. 의존하는 삶은 분명 불행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요구가 없는 삶 또한 불행에 가까운 건 매한가지입니다. 우리는 혼자서 살 수 없기 때문에 '작은 도움'은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마음의 대지에 울타리를 조금 넓게 가져야 합니다. 사사로운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결코 의존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두 다리, 무너지지 않는 땅, 그 위에 서 있는 한 사람. 스스로 기울어지지 않겠다 마음먹는다면... 그렇다면. 괜찮을 겁니다.
작은 도움에 감사할 겁니다.
홀로. 우리는 홀로 있습니다. 누구나 혼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같이. 같이 있기도 합니다. 나의 내부에서 들려오는 말들은 나의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나 홀로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며, 그 바깥에 흐르는 것들은. 함께입니다.
나는 타인을 통해서 나를 봅니다. 오늘 홀로 있는 한 사람을 통해 내 모습을 보고선 놀랐습니다. 나는 여기에도 저기에도 있는 당신들과 같은 모습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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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쉬어보겠습니다. 기울어져도 보고 손을 내밀어 나를 잡아주세요. 하고 요청도 해보겠습니다. 땅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괜찮다는 것을 알아가겠습니다.
또 땅이 흔들려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배워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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