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에 관하여
어렸을 땐 몰랐다.
살며 행복감이라는 것을 느낄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행복하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을 찾았지만, 잘 해낼 수 없는 류의 것들이었고
행복하기 위해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일을 찾았지만, 노력이 필요한 일들이었고
행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마음먹은 만큼 따라주지 않는 일들이었다.
때문에 늘 바라 왔던 행복의 순간이라는 것은
오랜 시간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아주 극적인 빛을 마주하게 되는 일일 것이라고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나다운지, 행복한지
분단위, 초단위로 지나는 짧은 행복들을 놓치고서는
아직도 멀리 가야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하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서 무언가를 종이 위에 끄적이는 시간이 좋다.
고도의 기술 같은 건 내게 필요치 않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려는 것도 아니니까.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ㅡ 무언가를 그려내는 시간.
그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주어진 시간.
그 자체의 만족스러움이 나에게 행복감을 지니게 해주는 것 같다.
여지껏 거창하게 만들어낸 막연한 '행복'이라는 전제 아래
쓸데없는 일, 시간낭비가 되는 일이고 무의미한 일들이라 취급해왔던 일들이 사실은
내가 가장 필요로 하고 가까이해야 할, 계속 곁에 두어야 할 일이었단 것을.
때때로 멍한 표정을 짓는 하루를
아이가 맑은 웃음으로 뛰어노는 그 하루를
아무 생각 없이 앉아 그림을 그릴 수 있던 그 하루의 소중함을
조금은 늦게 알아버린 것도 같다.
먼발치의 한 자락 행복이 아닌
가까이의 작은 일상에서의 행복을 바랐어야 했다고.
미처 생각할 겨를 없이 모든 날이 지났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언제고 펜을 들고 무엇이든 끄적일 수 있을 때
온전한 나로서 행복합니다 :-)
@ HSP's Creative Writing2
나는 ㅡㅡㅡㅡㅡ하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