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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도 Nov 07. 2023

다람쥐와 인간


 다람쥐와 인간

 쳇바퀴가 든 우리 안에 다람쥐를 넣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거의 모든 다람쥐들은 본능적으로 쳇바퀴 위를 열심히 달린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떨까? 어느 날 갑자기 러닝머신을 거실에 무료로 설치해 준다면 말이다. 한동안은 호기심과 ‘공짜효과’로 러닝머신을 열심히 이용하겠지만 곧 시들해질 것이다. 아마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그리고는 머지않아 ‘당근’해 버릴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천성적으로 운동에 매력을 느끼는 것도 자연의 이치이며, 유사시를 대비해 피부 아래에 지방을 비축하려는 행동 또한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본능이다. 안타까운 것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보다는 소파의 안락함과 달콤한 간식의 유혹에 무장해제 되고 만다는 것이다.      


타고난 DNA에 순응할 것인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새벽 조깅을 하고 수영을 하며 운동이 주는 희열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아무리 등 떠밀고 당근을 내밀어도 운동을 고통스럽게 받아들이는 이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태생적으로 운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2006년 스웨덴에서 쌍둥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가 있었는데, 유전자를 100% 공유하는 일란성쌍둥이들이 50%만 공유하고 있는 이란성쌍둥이들보다 동일한 여가활동을 즐기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고 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자유대학에서도 쌍둥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았는데, 자전거와 러닝머신등의 유산소 운동을 시키면서 운동에 대한 느낌을 설문해 보았더니 일란성쌍둥이들이 이란성쌍둥이 보다 높은 비율로 같은 성향의 대답을 했다고 한다. 운동을 즐기는 정도와 시작한 운동을 1년 이상 지속할 확률, 운동을 한 뒤의 감정변화 등도 유전자와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과 소파에서 TV를 즐기는 사람의 차이는 단순히 게으름이나 의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타고난 유전자로부터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말이다. 과학자들은 선천적으로 운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은 운동을 해도 쾌감을 경험하는 비율이 낮다고 한다. 운동을 할 때 정서적으로 느끼는 보상체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므로 매일 새벽조깅으로 하루를 여는 마라톤 동호인을 부지런하다고 칭송할 일도 아니고 BMI 지수가 40이 넘는 고도 비만인을 게으르다고 핀잔줄 문제도 아니다. 그들은 애초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기질에 순응하고 그대로 받아들여 그저 본능에 충실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타고난 DNA에 순응하여야만 하는 걸까? 애초에 운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기질을 가진 사람은 매력적인 외모와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인가? 성급한 운명론에 빠질 필요는 없다. 운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유전자를 타고났다고 해도 내 삶 속으로 운동이 스며들게 하는 방법은 있다.   


습관 들이기

습관들이기는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그것을 삶 속에 받아들이는데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하나의 습관이 형성될 때 좋은 행동인지 나쁜 행동인지 우리의 뇌는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군것질을 하며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누르건, 운동화를 신고 산책을 나서건 우리의 뇌는 구분하지 않고 습관화시킨다고 한다. 그러므로 습관 형성은 복잡한 메커니즘이 아니다. 우리는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그 '행동'을 반복적으로 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뇌는 시나브로 그 행동 패턴을 학습하고 일상의 루틴으로 자리 잡게 한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한번 습관으로 고착되면 그만큼 바꾸기 어렵다는 말이다. 하나의 행동을 습관화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개인 성향과 주어진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하는데, 관련 연구에 따르면 짧게는 18일에서 길게는 254일까지 걸린다고 한다. 이제 눈 딱 감고 습관 만들기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삶의 방향은 우리가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소파에서 리모컨을 누를 것인가, 아니면 운동화를 신고 현관을 나설 것인가.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려는가? 


이 글은 2023년 10월 1주차 단국대 신문에 실린 필자의 칼럼을 바탕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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