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 87
몽테뉴는 어느 날 샴쌍둥이를 보았다. 십사 개월 된 아이의 가슴팍에 머리가 없는 아이가 들러붙어 있었다. 이런 경우 몸 각각의 생명이 개별적이라 보아야 할지, 독립적이라 보아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머리 없는 아이도 척주관은 막혔지만 나머지가 온전하여 다른 아이와 마찬가지로 보였다고 한다. 심지어 배뇨도 했다고 한다. 또 몽테뉴는 서른 살 남짓한 양치기를 보았는데, 그에게는 생식기가 없었다고 한다. 대신 구멍 세 개만 있어서 끊임없이 체액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몽테뉴가 말하는 생식기에 고환이 포함돼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양치기는 수염도 나고 성욕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사람들은 보통 '신의 저주를 받았다.'라고 여길 것 같다. 몽테뉴는 달리 생각한다. 몽테뉴는 신의 섭리는 틀림없이 완전하니, 어떤 형태의 것이든 우리와 동등하게 보편적이며 정상적이라고 본다. 앞서 말한 기형아들은 낯설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할 뿐, 신을 놀라게 할 것은 아니다. 키케로는 이런 말을 남겼다. "자주 보는 것은 사람을 놀라게 하지 않는다. 그 원인을 모를 때도 말이다. 하지만 자기가 본 적이 없는 무슨 일이 일어나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몽테뉴는 이렇게 정리한다. "우리는 관습에 위배되는 것을 자연에 위배된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이건 자연에 따르지 않는 것은 없다. 이 보편적이고 자연적인 이성이, 처음 보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그릇된 생각과 정신적 동요를 우리에게서 멀리 쫓아 주기를."
나는 신을 진지하게 믿지는 않기 때문에 기형아와 신을 연관 지어서 생각하지도 않는다. 기형아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물론 눈앞에서 기형아를 보면 본능적으로 징그러움을 느끼고 기피할 것 같다. 몽테뉴의 가르침을 염두에 두더라도 말이다. 다만 모든 것을 평등하게 보는 몽테뉴의 시각이 부럽다. 몽테뉴와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몽테뉴의 태도를 닮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