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 91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가 엄청난 명장이라는 것만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이번 글을 통해 카이사르가 명장이라 불리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전략을 즐겨 쓴 것 같다. 예를 들어 적의 병력을 과장시킨 다음, 싸울 때 병사들이 스스로 '상대가 예상보다 약하네?'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기세를 올리는 것이다. 정보들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정보를 최소한으로 노출하다가 결정적일 때 유출시키는 전략은 현대의 정치전에서도 자주 쓰인다. 이렇게 보면 승부의 세계는 규칙이 변하지 않았으며 다만 노골성이 변했을 뿐인 것 같다.
카이사르는 관용에 의거하여 군을 운용했다. 승리를 거두면 고삐를 늦춰 규율과 규칙을 얼마간 면제해 주었다고 한다. 장병들의 화려하게 치장하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군대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이것마저도 의도가 있었는데, 화려하게 치장한 병사들은 치장을 보전하려고 더 악착스럽게 방어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도 계율을 등한시한 것은 아니어서, 반란과 폭동에는 무자비하게 대응했다.
그는 힘이 아닌 계략으로 싸웠다. 그는 직접 답사하지 않은 전장은 쓰지 않았다고 한다. 적과 싸우기에 더 안전한 타이밍을 재기 위해 침착하게 기다린 적도 많다. 몽테뉴는 알렉산드로스의 패기와 카이사르의 노회함을 비교하며 카이사르를 띄우는데, 실제로 알렉산드로스라 하면 힘이 떠오르고 카이사르는 힘보다 지략을 우선한다고 스스로 말했다고 하니 타당한 비교인 것 같다. 물론 그가 용기를 도외시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할 때는 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대업은 숙고가 아니라 투신을 요한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다만 할 때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계산했을 뿐이다.
크세노폰의 저작 속에서 키루스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한 군대를 우세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 수가 아니라 용감한 사람의 수이고, 나머지는 도움보다 장애만 된다." 여기서 카이사르의 마지막 비결이 나온다. 그는 자신의 주변을 용감한 사람들로 채웠다. 카이사르의 부하들은 철저히 카이사르에게 충성했다. 예를 들어 폼페이우스와의 전투 때 참호의 입구 하나를 맡은 스카이바라는 이름의 병사는 눈알 하나가 터지고 한쪽 어깨와 넓적다리에 화살을 맞고 방패가 230군데 뚫렸음에도 제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무슨 일이든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카이사르의 능력의 핵심은 '용인술'인 것 같다. 사람들이 자신을 철저히 따르게 하는 능력, 그리고 그 사람들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능력. 현대의 군대는 존경심에 의해 돌아가는 조직이 아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 말하는 카이사르의 모습이 와닿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군대가 있다면 굉장한 난적이 될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