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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탁월한 남자들에 관하여

「에세」 93

by 루너

몽테뉴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탁월한 남자 세 명으로 호메로스와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에파미논다스를 꼽는다. 호메로스는 모든 시의 원형이자 세상에 관한 서술의 원형을 남겼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무예와 용맹과 영광, 어느 면에서도 탁월하다. 에파미논다스는 이 글을 통해 처음 들은 이름인데, 스파르타의 압제로부터 테베를 해방한 장수라고 한다. 에파미논다스는 고결한 품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전장에서 유능했다고 전해진다. 군인으로서의 용맹과 이성 있는 인간으로서의 깊이가 동시에 있는 모습은 존경할만하다. "그는 조국의 자유를 되찾기 위한 일이라도 그 명분의 완전한 파악 없이 한 인간을 죽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도 고대인 중에 세 명을 꼽아보기로 한다. 나는 우선 플라톤을 꼽겠다. 플라톤이 제시한 생각이 지금까지 전해지며 서양 철학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됐다. 나 또한 플라톤의 저작을 읽으며 많은 영향을 받았고, 요즘에도 다시 그것들을 읽으며 새로운 생각들을 하고 있다. 그러니 내 지성의 역사에 플라톤은 결코 배제할 수 없다. 현대에 미친 영향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조금 더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인 플라톤이 결국 공을 가져가는 것이 옳다. 한편 이 논리대로라면 플라톤보다 소크라테스를 꼽는 것이 옳겠지만, 소크라테스의 경우 본인이 남긴 발자취보다 플라톤의 저작 위에서 플라톤의 입맛대로 노는 모습이 더 뚜렷하기 때문에 굳이 플라톤을 택했다.


둘째로 삼국지의 주유를 꼽겠다. 삼국지는 어린 시절부터 내게 큰 영향을 끼쳐왔다. 삼국지에 미쳐서 문제집 대신에 삼국지를 읽다가 시험을 망친 적도 있었다. 그 안에 다양한 호걸이 나오지만, 순수하게 뛰어나다는 인상을 준 사람은 주유가 가장 탁월한 것 같다. 어렸을 적에는 조조를 숭상했지만, 조조의 잔악한 면과 탐욕은 존경할 부분이 못 된다. 유비는 누구보다 훌륭한 명분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 명분과 본심이 과연 일치했는지 계속 의구심이 든다. 관우와 제갈량은 너무 신적인 존재가 돼서 오히려 공정하게 평가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나는 삼국 중에 가장 기반이 약한 동오를 하나의 튼실한 조각으로 만든 주유가 삼국지에서 가장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셋째로 예수를 꼽겠다. 나는 지금은 예수를 신으로서 믿지 않지만 스승으로서 믿는다. 그는 분명 스스로를 핍박하던 유대인들을 정화하고 세상을 따뜻한 곳으로 만들 가르침을 만들었다. 이 가르침에 대해 혹자는 노예의 도덕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수 세기가 지나도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위로를 줄 수 있는 가르침을 창안한 이 사람을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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