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에 관하여

「명상록」 1권

by 루너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 1권에서 자신이 생애동안 배운 것들을 소상히 고백한다. 할아버지로부터 자제력과 바른 성품을 배웠고 어머니로부터 경건함과 자애로움을 배웠다는 식이다. 자신 본연의 생각이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배운 것들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생각해 보면 나의 경우도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정성스런 가르침이 있었는지 모른다. 물론 스스로 올바르게 생각할 수 있다면 그래야 마땅하겠지만, 그러기 전까지는 걸음마를 도와주는 부모님처럼 스승이 붙어있어야 할 것이다.


1권의 모든 가르침들이 값지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가르침들을 그대로 적을 뿐이라면 차라리 원전을 베껴쓰는 것이 낫다. 그러므로 내 관심을 특히 강하게 끈 몇몇을 추출해 '소유'라는 주제로 묶어보았다.


아우렐리우스는 세베루스로부터 '모든 사람을 위해 똑같은 법칙이 존재한다는 정치적인 주장, 즉 평등한 권리와 평등한 의사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통치하는 사상과, 백성들의 거의 모든 자유를 존중하는 왕다운 통치 관념'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로마의 제정이 어떤 식으로 돌아갔는지 잘 모르지만 이 문장을 보고 놀랐다. 당대에 왕과 백성은 사상적으로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았던 듯하다. 혹은 아우렐리우스와 세베루스의 의식이 특출났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권력을 '특혜를 누릴 권리'로 오인하기도 한다. 권력이 부패하는 것도 정의의 올바른 집행을 위해 보장한 특권을 사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나 로마 제국의 황제마저 평등을 중시했다. 어쩌면 우리는 그때만도 못한 시대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의식 있는 사람을 자처하려면 권력이 주는 부수적인 장치들이 아니라 권력의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 막시무스가 아우렐리우스에게 가르친 바처럼, '자제를 배우고 어떤 일에도 미혹되지 않으며 그밖의 모든 경우, 하물며 병이 들었을 때조차 쾌활해야 하고, 상냥하든 엄격하든 그 성향을 적당히 조절하여 불평하지 않고 자기 일을 처리해야 함'을 배워야 한다. 아우렐리우스는 그런 면에서 스승 막시무스를 '말과 행동이 일치했고 악의에서 우러나는 행동이 없었다'라고 평한다. 우리 시대의 권력자 중 막시무스와 같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물론 유혹을 뿌리치기란 힘든 일이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소유를 열망한다. 이것은 모든 동물이 갖고 있는 본성이다. 다만 우리가 인간을, 즉 동물 중에서도 특수한 무리임을 자처하려면 스스로를 다른 동물과 구분할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소유하지 못해도 참고 견디며, 소유해도 매혹되지 않고, 어느 경우에나 의젓한 것은 불굴의 정신을 지닌 인간의 특징이다." 아우렐리우스는 모범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그린다. "운명이 허락한 물질적 풍요는 즐겁게 누렸으나 그것을 자랑하지도 않고 업신여기는 일도 없었다. 곧 그것들을 소유하고 있을 때에는 그다지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고 이를 즐겼으며, 또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도 조금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재물과 완전히 분리된 정신은 늘 평온하다. 재물은 시시각각 변하며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지만 여기서 독립한 정신은 오로지 내면에만 가치를 둔다.


우리가 권력을 누리게 된 것, 그리고 재산을 얻은 것 모두가 우리의 노력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재산을 좇는 일을 정당화할 근거로 자신의 노력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몽테뉴가 「에세」에서 지적하듯이 성공의 모든 부분은 자신에 의해 일어나지 않는다. 다양한 요인이 있다. 시대가 잘 맞아야 하고, 사람들에게 쉽게 알려져야 하며, 능력을 선보일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운수가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오만을 제거하고 민낯을 보려 할수록 소유욕은 추태를 보이기 마련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객관적으로 살펴서, 자신이 취해도 좋은 것만을 정당하게 취할 것. 소유를 경멸할 것까지는 없지만 지나친 소유가 불러올 혼란을 늘 의식할 것. 권력은 소화해야 할 책임이지 소유해도 될 권리가 아님을 명심할 것. 이것이 「명상록」 1권을 읽고 배운 것들이다. 언젠가 내가 나만의 명상록을 쓴다면, 나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로부터 소박함을 배웠다.'라고 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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