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세」 1장
을유문화사 판본의 「팡세」는 '차례'라는 장으로 시작한다. 파스칼이 「호교론」의 목차를 염두에 두고 쓴 단장들이 묶여 있다. 즉 이번에 읽은 장은 「팡세」의 흐름을 대략 예고한다.
파스칼의 시대는 이미 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던 상황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하느님에게 빛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그 증거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거짓된 것이오." 이런 때에 신을 증언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믿음이 곧 다른 사람이 믿어야 할 증거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누가 마호메트를 증언하는가? 그 자신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의 증거가 아무것도 아니기를 바란다."
파스칼은 이 상황을 시선을 분산시켜 해결하려 한다. "믿음은 마음속에 있으며, 이는 '나는 안다'가 아니라 '나는 믿는다'라고 말하게 한다." 즉 신은 처음부터 이해와 납득의 대상이 아니라 초월적인 것임을 설명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종의 딜레마이다. 왜냐하면 이성을 믿는 사람들은 이성의 대상이 아닌 종교에 주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스칼은 목표를 이렇게 정한다. "종교가 이성에 상반되지 않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경배할 만한 이 종교에 존경심을 부여하는 것. 그러고 나서 사랑스러운 종교로 만들고, 선한 사람들이 이 종교가 진실이기를 바라게 만든 다음 이 종교가 참된 것임을 보여 줄 것."
아직 「팡세」를 거의 읽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파스칼이 어떤 논리로 자신의 목표에 다가갈지는 갈피조차 잡기 어렵다. 하지만 파스칼이 품은 확신만큼은 분명히 전해진다. "경배할 만한 점은 이 종교가 인간을 잘 알았다는 것이다. 사랑스러운 점은 이 종교가 참된 행복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지성의 거두인 파스칼이지만, 그에게 종교는 신비주의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진실'이었다. 파스칼에게는 종교야말로 인간성의 해명이자 인간의 보완책이었다. 파스칼이 앞으로 자신의 확신을 우리에게 어떻게 전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