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세」 15장
오늘 읽은 15장은 유독 인상적인 문구가 많았다. 그 유명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 비유도 여기서 나왔다. 사람의 한계, 그리고 한계 앞에서 사람이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장이었다.
삶과 앎은 서로 도움이 되지만 서로를 바꾸지는 못한다. 아무리 사태를 잘 알고 대비한다고 해도 운명은 예상 밖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삶의 굴곡이 너무나 커서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아무리 지혜로워도 자신의 삶을 완전히 이해할 일은 없을 것이다. "가시 세계는 자연의 넓은 품 안에서 지각할 수도 없는 하나의 선에 불과하다. 어떤 관념도 거기에 접근할 수 없다. 상상의 공간 너머로 우리의 개념을 아무리 부풀려도 소용없다. 사물의 실체에 비하면 우리가 만들어 내는 것은 원자일 뿐이다."
파스칼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결국 인간은 자연 안에서 무엇인가?" 인간은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무와 무한을 상상하고, 요즘 시대에는 심지어 이것들을 수학적으로 다룰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두 개념들을 정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인간이 사는 세계는 무와 무한 사이에 있다. 그 속에서 인간은 개념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나름의 세계를 그리고 있을 뿐, 세상을 그대로 모사하는 능력은 아직 없다. 시대가 변해 둘의 본질이 완전히 풀리는 날이 올 수야 있겠지만 지금은 한참 요원해 보인다. "인간은 무한에 비하면 무이고 무에 비하면 전체이며, 극단의 이해에서 무한히 떨어져 있는 무와 전체 사이의 중간이다. 인간에게 사물의 목적과 그 원리는 헤아릴 수 없는 비밀 안에 확고히 감춰져 있다. 게다가 인간은 그가 빠져나온 무와 그를 삼키고 있는 무한을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인간은 사물의 원리도 목적도 알지 못하는 영원한 절망 속에서 단지 사물의 중간 것의 겉모양을 지각하는 것 외에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 불가지론이 인간에게 모든 탐구를 중단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파스칼은 무엇보다 인간 자신을 위해 신을 믿자고 주장한다. 이는 속세를 경멸해가며 신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맹목적인 신앙과는 결이 다르다. 파스칼이 신으로부터 구하는 것은 '인간성의 올바른 사용'이다. 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또 그 아래에 있는 인간의 지위를 인정한다면, 인간은 주어진 것에 맞게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우리의 능력을 알자. 우리는 어떤 것이지 전체가 아니다. 우리가 존재에 대해 가지고 있는 것으로는 무에서 탄생하는 제일 원리에 대한 지식을 밝혀내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가 존재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그 약간의 것으로는 무한을 보지 못한다. 우리의 감각은 극한의 그 어떤 것도 감지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극단을 판단하며 이성을 한계 밖으로 몰아가는 것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이해하는 일에 주력하는 것이 옳다. 나머지는 파스칼의 말대로 신을 믿든, 아니면 다른 생각에 기대든 해서 믿음의 영역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극단에 대해 논리를 붙이는 일은 헛수고이다. "확신이나 견고함 같은 것을 찾지 말자. 우리의 이성은 외관의 변덕스러움으로 항상 기만당한다. 그 어떤 것도 유한을 두 무한 사이에 고정시킬 수 없으며, 두 무한은 유한을 둘러싸고 있으면서 또한 피해 달아난다."
인간은 늘 스스로가 중간의 존재임을 인식해야 한다. 중간은 전혀 나쁜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의 위치가 그럴 뿐이다. "부분이 어떻게 전체를 알 수 있겠는가? 그런데 아마 적어도 자신과 균형을 이루는 것들인 그 부분들을 알고 싶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부분들은 모두 상호 간에 관계를 갖고 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어떤 하나 없이 또는 전체 없이 다른 것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인간은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것과 관련되어 있다. 그는 자신을 두기 위한 장소가, 지속하기 위한 시간이, 그리고 살기 위한 운동이, 자기를 구성하기 위한 원소들이, 자양분을 주기 위한 열과 음식이, 숨을 쉬기 위한 공기가 필요하다. 인간은 빛을 보고 물체를 지각하는데, 결국 모든 것이 인간과 관계를 맺는다. 불은 공기 없이는 존속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하나를 알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를 알아야 한다. 따라서 모든 것이 결과이고 원인이며,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는 것이며,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관계를 맺고, 가장 멀리 떨어져 있거나 매우 상반된 것을 자연스럽고 감지할 수 없는 관계로 서로 지탱하고 있어서, 나는 전체를 알지 않고는 부분을 아는 것이 불가능하며, 부분을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알지 않고선 전체를 아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중간에 있기 때문에 극한에 위치한 만물의 본질을 읽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중간에 있기 때문에 함께 중간에 끼어있는 사물들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것들을 조각으로 맞춰 전체의 청사진을 그려볼 수는 있다. 이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탐구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보잘것없는 존재이다. 하지만 인간은 탐구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래서 파스칼은 이렇게 주장한다.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생각하는 갈대이다. 우리의 모든 존엄은 사고에 있다. 거기서 우리를 드높여야 한다. 우리가 채울 수 없는 공간이나 시간의 지속성에서가 아니다. 그러므로 올바르게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자. 바로 이것이 도덕의 근본이다." 무슨 말을 더 덧붙일 수 있을까! 우리는 생각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생각함으로써 인간의 한계 내에서 최대한 위대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 스스로를 위해 사색에 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