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無爲)에 관하여

「에세」 8

by 루너

나는 몽테뉴가 「에세」를 집필할 당시 살던 삶이 부러웠다. 몽테뉴는 법관직을 사직하고 조상들이 마련해 준 몽테뉴 성으로 은퇴한 상황이었다. 이룰 것들을 다 이루고 은퇴해서 자신의 영지에서 생각에 잠겨있는 여유로운 삶이 부러웠다. 그러나 반대로 몽테뉴는 평온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오히려 이 글에서 "고삐 풀린 말이 된 정신은 남을 위해 쓰이던 때보다 백배나 잡다한 상념거리를 제게 주어 내달리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이 어찌나 많은 악몽과 환상적인 괴물들을 낳아 두서도 목적도 없이 이것저것 쌓아 올리던지."라고 한탄한다.


몽테뉴는 정신의 활동을 이렇게 고찰한다. "굴레를 씌워 강제로 어떤 주제에 몰두하게 하지 않으면 모호한 상상의 벌판에서, 절도 없이, 여기저기로 마구 튄다. 그리고 이렇게 동요할 때면 어리석은 생각이건 망상이건 정신이 못 만들어 내는 것이 없으니, '그것은 병자들의 망상 같은 환영들을 만들어 낸다.'(호라티우스) 확고한 목표가 없는 영혼은 길을 잃고 만다. 사람들이 말하듯 도처에 있다는 것은 아무 데도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삶을 돌이켜보면 나도 아무것도 하지 않던 시기에 오히려 마음이 더 불편했던 것 같다. 무언가 해낸다는 성취감도 없이 계획만 무수히 세울 뿐이었다. 한가하기 때문에 계획들을 제대로 행하지 못하는 자신을 위해 내세울 변명을 만들기도 어려웠다. 자유는 여러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지만 하나의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아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게 한 것이다. 무위의 시기는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성취감 없는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절대 택해서는 안 되는 시기인 것이다.


몽테뉴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을 쓴다. "나는 정신의 어리석음과 기이함을 내 마음대로 관찰하려고 그것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 정신 스스로 그것들을 부끄러워하게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서 말이다." 이것으로도 부족했는지 나중에는 종교의 중재자로 일하고 보르도의 시장직도 역임했다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첫 번째 과제가 됐고, 이를 통해 얻은 성찰을 세상사에 적용하는 것이 두 번째 과제가 된 것이다.


(네이버에 이 글을 쓴 날짜인 2023년 12월 7일을 기준으로) 어제 전역을 했다. 당장은 복학할 계획도 없어서 몽테뉴가 놓인 무위와 비슷한 상황이 된다. 이 시기에 내 몸을 자유에 떠맡기면 나는 아무 곳으로나 가려다가 결국 아무 곳으로도 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나도 탐구의 시간을 보내려 한다. 내가 누구이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고, 그 길로 가기 위한 준비도 겸하려 한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 확고한 목표를 정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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