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대사의 특징

「에세」 17

by 루너

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영역을 넘어 모르는 영역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에서 이런 문제가 심하다. 이런 골치 아픈 문제는 몽테뉴의 시대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몽테뉴는 이런 주제넘는 사람들을 두고 "이런 식이라면 당신은 결코 값진 일을 해낼 수 없다."라고 통렬히 비판한다. 어떤 분야에 관한 가장 큰 권한은 그 분야를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 카이사르라 할지라도 군인으로는 권위를 인정하되 토목기사로는 토목 전문가를 찾아 모셔야 할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난감한 경우가 있다. 몽테뉴의 시대에는 왕이 있었다. 왕은 모든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모든 분야에 결정권을 갖고 있다. 여기서 문제를 내보자. 대사(Ambassador)가 왕에게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대사는 그 정보를 잘 알고 있지만, 왕이 자신과 같은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아 현명하지 못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면 대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몽테뉴는 이렇게 답한다. 대사는 기본적으로 심부름꾼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얻은 정보를 그대로 보고할 의무가 있다. 현명한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구나 마음대로 임무를 왜곡하면 명령 체계가 깨질 우려가 있다. 몽테뉴는 차라리 간언을 하기를 권한다. 윗사람이 옳지 못한 판단을 할 가능성을 고려해서, 무작정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길을 안내해 주는 것이다. 체계에 융통성을 가져서는 안 되지만, 일에서는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나는 전문가에게 큰 권위를 주자고 하는 몽테뉴의 주장에 크게 공감한다. 어떤 일에 대해 잘 모르는 권력자가 권위만 믿고 무턱대고 일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이 봤다. 또 아는 체를 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어리석은 집단도 많이 보았다. 공적인 일은 가장 잘 한다고 검증받은 사람이 하는 것이 좋다. 혼자서 실패의 책임을 떠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권자를 존중하자는 몽테뉴의 말에도 역시 동의한다. 전문가에게 권위를 주자는 말과 결정권을 존중하자는 두 말은 얼핏 보면 상치되는 것 같지만, 결정권자는 '결정의 전문가'인 셈이다. 물론 결정권자가 항상 옳은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따지면 다른 전문가 또한 마찬가지다. 결정권자는 이익과 손실 둘을 미리 내다보고 양측의 말을 들어보며 더 낫다고 판단한 쪽을 과감히 고르는 사람들이다. 이 또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문가는 결정권자 옆에서 자신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쪽을 지지하며 결정권자를 도우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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