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 35
몽테뉴의 아버지가 어느 날 문득 이런 아이디어를 내놓았다고 한다. "도시에 특정 장소를 정해 놓고 무엇인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와서 이 일을 전담하는 관리에게 자기 용건을 기록해 두게 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나는 보석을 팔려고 한다거나, 나는 팔려고 내놓은 보석을 찾는다거나 하는 식이다. 누군가는 파리로 가는 일행을 찾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모종의 자질을 가진 하인을 찾을 수도 있다. (중략) 이 사람은 저것을, 저 사람은 이것을 각자 필요에 따라 찾게 하는 것이다. 서로에게 이렇게 알리는 방법을 사용하면 사람들의 거래에 적잖은 편리함을 주리라 싶다. 왜냐하면 언제나 서로가 필요한 상황이 있게 마련이데 서로를 모르기에 지극히 곤란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로 치면 구인구직 사이트에 비견할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히 이런 시스템이 잘 갖춰진다면 수요를 찾지 못해 빙빙 도는 공급이 줄어들 것 같다. 예로 몽테뉴는 탁월한 학식을 가진 사람들이 먹을 것이 충분치 않아 죽는 것을 아쉬워하며, 이들의 사연이 알려졌더라면 분명 수요가 생겨서 궁핍에서 벗어났으리라고 주장한다.
이 아이디어는 실현되지 않은 것 같지만, 적어도 몽테뉴의 아버지는 집안의 살림살이를 꾸리는 데 있어서 비슷한 방법을 도입해서 재미를 본 것 같다. "아버지는 하인들 중 서기 일을 할 사람을 하나 골라 일기를 마련하게 한 뒤, 주목할 만한 일은 모두 적도록 해 하루하루 집안 역사의 비망록을 남기게 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들여다보면 몹시 흥미롭고, 어쩔 줄 몰라 쩔쩔맬 때 적절하게 우리를 구해 주는 일도 자주 있었다."
이렇게 보면 몽테뉴의 아버지는 기록을 중요시한 것 같다. 무언가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글자로 바꾸고 필요할 때 글을 읽어서 찾아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요즘 메모를 하는 습관을 강조하는 자기개발서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일찍이 몽테뉴의 집안은 그 정신을 알고 현명하게 살림살이를 꾸렸던 것 같다. 나도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재고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