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 43
「에세」의 역주에 의하면, 16세기 프랑스는 이탈리아의 영향으로 사치가 급속도로 퍼졌고 의복의 유행도 예외적일 만큼 빠르게 바뀌어서, 폐해를 막고자 갖가지 법령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몽테뉴는 이번 글을 통해 사치 금지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평소에 마음을 중시하는 몽테뉴답게, 사치 금지법은 사람을 피상적으로 바꿀 뿐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다. 사치가 허망하고 무용한 것이라 여기고 경멸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사치를 금지하고 왕만 자유롭게 사치를 누리면, 사치의 가치는 '왕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서 더 높아진다. 그러므로 몽테뉴는 단호히 말한다. "왕들부터 이런 낭비를 그만두게 하라." 왕의 지위가 당대에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높은 상대에게 이런 말을 서슴지 않는 몽테뉴의 패기와 올곧음이 여실히 느껴지는 문장이다.
옛날에 들었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난다. 아마 픽션일 것이다. 어떤 나라의 귀족들이 사치가 너무 심해지자, 왕은 사치 금지법을 선포했다. 그러나 귀족들은 사치가 몸에 배어있어서 도무지 감당을 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복장을 엄격하게 규제하자 사치 금지법에 걸리지 않는 자잘한 것들, 이를테면 손톱 같은 것들을 장식해서 사치를 부린 것이다. 고민 끝에 왕은 사치 금지법을 개정했다. "바보들만 사치를 부리는 것을 허락한다." 그러자 귀족들은 사치를 거짓말처럼 단번에 끊었다. 사치를 부리면 자신이 바보라는 것을 시인하는 셈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보면 불필요한 겉치레를 제거하려면 사람을 구분하는 일부터 멈춰야 할 것 같다. 자신과 타인을 어떻게든 다르게 보이게 하고 싶은 욕구가 사치를 일으킨다. 자신과 타인이 애초에 동등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 이야기 속 귀족들이 바보와 자신들이 동등하다는 것을 못 받아들였듯이, 그리고 몽테뉴의 시대의 왕들이 자신만 사치를 부렸듯이, 자신만은 다르다는 생각이 예외를 만들고 혼란을 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