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 44
흔히 정신은 몸의 노예라고들 말한다. 정신이 긴장하면 표정에서부터 드러난다. 걱정되는 일이 있으면 밤새 잠을 못 이룬다. 나는 이병 시절 야간 근무가 있을 때 실수할까 두려워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느라 밤을 지새운 적이 많았다.
몽테뉴에 의하면 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몸이 아랑곳하지 않고 평소대로 움직인다. 특히 잠을 잘 때 마음의 강함이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격전을 앞두고도 태평하게 늦잠을 자서 신하가 두세 번 이름을 불러가며 깨웠다고 한다. 소 카토는 자살을 결정하고 잠만 잘 자서 옆방에서도 숨소리가 들릴 정도였다고 한다. 이 글에 나온 내용은 아니지만, 소 카토는 카이사르에게 패배하고도 전투에 대한 얘기는 하나도 하지 않고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했다고 한다.
정말 비범한 예시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밤새 잠을 못 이루다가 늦게 잠들어서 늦잠을 잔 것이 와전되지 않았을까 의심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동요를 보이지 않는 결의는 대단하다. 와전된 이야기라도 충분히 멋진 이야기이다. 물론 가장 좋은 상태는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평안함이 늘 지속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도 바로 위에 적이 있고 도발도 계속하는데 국민들은 잘 자는데, 우리 국민도 강한 마음으로 무장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