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 45
일본의 전국 시대를 호령한 세 명이 있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이다. 이들의 성격 차이를 잘 보여주는 글귀가 있다. "갖고 있는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이라는 질문에 오다 노부나가는 "죽여버려라."라고 답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게 만들겠다."라고 답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리자."라고 답한다. 이들 중 전국 시대를 제패한 최후의 승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이다. 오다 노부나가의 답에서 결단력이 보이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답에서 의지력이 보이지만, 결국 기회를 차지하기 위해 인내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승리한 것이 의미심장하다.
몽테뉴가 이번 글에서 다루는 드뢰 전투는 1562년에 벌어졌다. 여기서 프랑수아 드 기즈 공의 전략에 대한 비판이 있던 모양이다. 드 기즈 공은 적의 후미를 급습할 기회를 기다렸는데, 그동안 아군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몽테뉴는 드 기즈 공작을 이렇게 변호한다. 우선 급습이 성공했으니 드 기즈 공의 선택이 옳았음이 증명됐고, 전투의 목적은 전체 진영의 승리이지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는 것이다. 몽테뉴는 비슷한 예시로 부하들이 유린당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다 적이 승리에 취했을 때 급습한 그리스 장군 필로포이멘을 든다. 나는 이들에게서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린 이에야스의 편린을 본다.
「블리치」에 "전쟁은 양쪽 모두에게 악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미 시작한 전쟁에 정의를 찾아봤자 소용없다. 악을 끝내려면 전쟁을 끝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승리를 빠르게 취해야 한다. 명분을 중시하면 아군도 정의도 챙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