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 관하여

「에세」 46

by 루너

종종 게임을 할 때 '레어닉'을 차지하려는 경쟁을 본다. 재미있는 닉네임을 차지하기 위해 선착순의 경쟁을 뚫는 것이다. 특히 이전에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닉네임 중복이 불가능하던 시절, 프로게이머의 닉네임을 먼저 차지한 뒤 대가를 받고 닉네임을 양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놀이다. 철학과 윤리의 잣대로 왈가왈부하려 든다면 과몰입이라 비웃음 당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몽테뉴가 살던 시절에는 실제 이름을 가지고 이런 현상이 벌어졌던 모양이다.


몽테뉴는 「에세」 내내 본분에 충실하라고 가르친다. 당연히 몽테뉴는 좋은 이름을 차지하려는 술수를 좋게 보지 않는다. 이름은 어디까지나 소리인데, 이름 자체에 권위가 있는 양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름이 플라톤이라고 해서 우리가 아는 플라톤처럼 철학적인 권위를 가질 리 없고, 이름이 나폴레옹이라고 해서 나폴레옹의 영지를 전부 가질 리 없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 작명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의도를 가지고 작명을 한다면 미신을 믿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몽테뉴는 이번 글에서 멋진 문장을 남겼다. "오, 필사의 존재를 통해, 그것도 눈 깜빡할 시간에, 무한, 거대, 영원을 찬탈하려 하다니 희망이란 얼마나 용감무쌍한 힘인가! 자연이 우리에게 정말 재미난 장난감을 주었구나." 내가 보기에 이런 문장들의 수준이 몽테뉴라는 이름보다 더 값지다. 사람은 이름이 아닌 문장으로 기억해야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드뢰 전투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