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 51
우리 말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말은 현실을 꾸미는 능력이 있다. 별것 아닌 일도 요란하게 표현해서 거창한 일로 만들 수 있다. 말의 힘은 강하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스파르타 왕 아르키다모스는 투키디데스에게 당신과 페리클레스가 싸우면 누가 더 세냐고 물어보았다. 투키디데스는 이렇게 답했다. "그것을 확인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왜냐하면 격투를 벌여 내가 그를 땅에 쓰러뜨려도 그는 보고 있던 사람들을 설득해 자기가 쓰러진 적이 없다고 설복해 이긴 것으로 만드니까요."
말의 힘은 가끔 흘러넘쳐서 사물의 본질을 가린다. 말은 대상을 한없이 부풀릴 수도 있고, 한없이 깎아내릴 수도 있다. 말을, 특히 정치인들의 말을 쉽게 믿지 못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고대부터 이런 인식은 끊이지 않았다. 소크라테스 일파가 수사학과 소피스트들을 목숨을 걸어가며 비판한 것도 수사학이 기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문용어로 범벅된 글도 마찬가지로 고대부터 골칫거리였다. 어렵고 장황한 말을 써서 주장에 어딘가 믿음이 가는데, 정작 까보면 별것 아닌 경우가 많다.
민주주의의 시대이자 정보의 시대이다. 누구나 말을 할 수 있고, 누구나 선동할 수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말을 꾸며내는 현대의 소피스트들에게 속지 않으려면 내가 현명해져야 한다. 말의 공허함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소크라테스를 기억해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것을 상대적으로 만들던 소피스트에 맞서 절대적인 진리의 존재를 역설하다 죽었다.
나 또한 소피스트가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하다. 나는 내 문체가 장황한 편이라 생각한다. 절제된 단어를 사용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문장을 길게 늘어뜨리는 나쁜 습관이 잘 고쳐지지 않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