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 52
이례적인 부자가 아닌 다음에야, 선조를 당대에 누렸던 형편으로 평가하는 일은 별로 없다. 오히려 검소한 사람들이 존경도 많이 사고 역사에 이름을 잘 남기는 것 같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닐 테고, 물욕이 있는 사람이 성공한 사례도 만만치 않게 많겠지만.
이번 글에 나온 로마 장군 아틸리우스 레굴루스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이 장군의 재산은 7아르팡 밖에 안되는 땅이 전부였다. 여기서 말하는 아르팡은 1에이커에 못 미치는 단위라고 한다. 계산해 보니 7에이커가 8500평인데, 검색해 보니 이 정도 크기의 땅은 현대의 과수원 한 개 정도의 크기인 듯하다. 나름 높은 지위의 장군인데 가진 땅이 과수원 하나 정도라고 하니 상상하기 어렵다. 아무튼 이 장군이 원정을 나간 동안 농장 일꾼이 하라는 관리는 안 하고 농기구들을 싹 훔쳐 달아나서 장군이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곤궁하게 살지는 않더라도,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검소하면 좋게 보인다. 지위를 사적인 일에 쓰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책임만을 떠안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능력 좋은 관리의 축재를 비판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모든 인물평이 그렇듯이 검소함 하나로 사람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람의 자리와 사람의 겉모습이 동떨어져 있을수록 그에게서 진실성을 느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