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 66
군 시절 훈련을 받을 때 가장 불편했던 점은 무장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경계 태세를 유지하거나 소총을 늘 휴대하는 것은 감내할 수 있었다. 다만 어느 순간 훈련 시에는 항상 방탄복을 입으라는 지침이 내려왔는데, 이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방탄복은 앞뒤로 방탄판을 끼게 돼있는데, 이 판들만해도 5kg은 차지할 것이다. 그래서 방탄복을 입으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벨크로 테이프가 떨어져서 입기 불편했다. 특히 완전군장을 옮겨야 하는 전투준비태세 훈련 같은 때에 방탄복은 정말 애물단지였다. 완전군장을 매고 방탄복을 입고 달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론 그때그때 평가관들의 눈총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도와주었지만. 하여튼 우리 군의 방탄복은 전투에 오히려 부적합해 보인다. 적이 언제 도발할지 모른다면 우리도 기동에 최적화돼야 하는데, 우리 무장이 기동력을 역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니?
이번 글에서 몽테뉴가 비슷한 점을 비판한다. 당대에는 갑옷을 입었는데 갑옷도 현대의 방탄복과 마찬가지로 문제가 심각했던 것 같다. "갑옷이 없어서 살해된 자가 있다지만, 갑옷의 무게에 눌려 옴짝달싹 못하거나, 반동으로 튕겨지거나 다른 이유로 상처를 입고 부러지는 등 불편한 갑옷 때문에 죽는 자도 그보다 적지 않다." 몽테뉴는 무장의 모범적인 예시로 파르티아인들의 무장을 소개한다. 그들은 작은 깃털들을 이어 붙여 만든 것 같은 갑옷을 입었는데, 몸의 움직임을 전혀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창을 튕겨낼 정도의 강도가 있었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인지 과장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로마 장수들에게 경종을 울린 것만은 분명하다.
기동을 전제로 한다면 경량화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가벼워야 들고뛸 수 있지 않겠는가. 방탄복을 입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무거운 방탄복을 대체할 소재가 개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