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기획을 떠난다. 부서이동을 하루 앞두고 있다. 대학에 온 지 20년 차. 3년간 정보팀, 3년간 총무팀, 14년간 기획팀에 있었다. 팀장으로 산지 11년, 기획팀장으로만 8년 차.
다들 인사발령을 보고 축하한다고 좋지 않냐고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산학협력팀.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인 RISE 팀장을 겸하는 자리다. 언제 내가 일을 두려워했었나. 기획팀에서 나를 불사르던 그때를 떠올린다. 지겹게 야근을 했던 그때.
누군가 그때의 내게 왜 그렇게 일하냐고, 그런다고 돈 더 주는 것도 아닌데라고 물었다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난 나를 위해 업무 완성도를 높이는 거라고. 더 준다고 열심히 하고 덜 준다고 대충 하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니냐고." 그래서인지 상사가 누구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언제 어느 상황이든 일하는 사람은 필요하니까.
우리 팀원들이 언제나처럼 새로운 팀장님과 잘 해내리라 믿는다. 내가 가야 하는 부서의 팀장님도 어딘가로 가게 되어 상실감이 크리라. 사실 인사발령에 기분 좋음이 있을까마는 사람인지라 오래 머문 자리가 마치 자기 자신인 듯 동화되니까.
줄어드는 수입으로 조직 전체의 살림살이를 꾸리고, 외부의 감사위협에 대응하고, 수시로 떨어지는 비정형적 일에 대응하는 것.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을 통해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 뭐 그런 일들. 하다 보면 두렵고 외롭고 한참 후에 나오는 결과에 가슴 졸이던 시간들.
애써서 움직여도 언제나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식의 이야기에 부족함을 느끼고 한계를 느끼던 시간도 많았다. 내가 잘한 것 한 가지는 모든 일에 팀원들을 추켜세우고 잘못을 돌리거나 비난하지 않은 것. 나는 그게 팀장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 믿는다.
변명하지 않고 피하지 않는 것. 싸움을 걸어오면 맞짱을 뜰 용기, 목소리를 높이기보단 논리와 시스템으로 이기는 것. 어찌 보면 자기 자신의 일에만 책임을 지는 팀원의 생활이 그리울 때가 있다.
하루만 지나면 정든 기획부서를 떠난다. 마지막 기획팀장으로서의 출근길이라 많은 생각이 스친다. 오늘 하루 내게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내기로 했다.
새벽 2시 반에 눈이 떠진다. 잠이 오지 않아서 잠시 있다가 내가 가야 할 부서의 팀장님과, 내가 있는 지금 기획부서로 오게 될 팀장님께 각각 손 편지를 썼다. 두 분 모두 마음이 편하진 않을 것 같았다. 가는 분은 나처럼 아쉬움이 있고 오는 분은 와서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있을테니. 어색하게 있기보단 하루 전인 오늘 가서 편지를 전하고 간단히 간식이라도 선물하기로 했다.
결국 새벽 달리기는 하지 못했지만, 두 분께 드릴 짧은 손 편지를 썼다. 나에게 주어진 인과 연, 일할 기회를 주신 분들과 나를 믿고 자리를 주신 분, 그곳을 이미 잘 닦아서 가꿔주신 분, 부족한 내가 미진했던 부분을 더 잘 가꿔주실 분께 작은 마음을 담는다.
언제나 나의 머리, 손과 발이 되어 함께 움직여준 우리 기획팀의 두 브레인 팀원 선생님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오늘 글을 쓴다. 가서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될 테니, 당신들도 더 멋지게 살라고. 믿는다고.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도 맞지만, 때로는 사람이 자리를 만든다. 나는 어디에 있든 자리를 만드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