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3종은 수영·자전거·달리기를 쉬지 않고 연달아 완주하는 경기다. 트라이애슬론, 아이언맨, 무쇠소녀단...
3은 특별하다. 3위 일체, 3종 세트. 3세판? 나만의 '약골 3종 경기'를 만든다면 뭐가 좋을까? 일단 하나는 슬로우조깅. 6:30분 페이스로 5km를 달리기. 두 번째는 100m 미만 언덕을 전력으로 한 번 달리는 언덕훈련. 세 번째는 팔 굽혀 펴기 10개 3세트.
아침에 나와서 천천히 뛰니까 일단 1번 슬로우조깅은 합격. 2번 언덕질주는 어쩌지? 비몽사몽 조금 뛰다보니 짧은 언덕이 보인다. 조금 더 가면 150m 언덕도 있지만 오늘은 순한 맛 언덕으로. 질주!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겨우 도착해서 둘러보니 신대호수 전체가 보인다.
찰칵! 셀카를 찍는다. 혼자 뛰다가 사진 찍느라 지각할 뻔했던 초보러너 시절이 생각나서 웃음이 난다. 오늘 새로운 부서로 출근하는 첫날. 몸은 찌뿌둥하고 정말 일어나기 싫어도 억지로 뛰러 나왔다. 나의 새로운 첫날을 죽은 몸으로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불확실성이 큰 날, 두렵고 걱정이 커질 때가 있다. 그럴 땐 마음에 끝까지 붙잡을 나만의 동아줄이 필요하다. 힘든 하루가 예상될 때. 나쁜 일만 가득한 하루가 펼쳐져도 그날을 어떤 날로 기억할지는 내게 달려있다. 나는 새 부서로의 첫 출근을 '나만의 약골 3종 경기'를 멋지게 완주한 날로 기억하기로 했다.
슬로우조깅, 언덕질주까지 마쳤으니 하나가 남았다. 팔 굽혀 펴기. 돌아오는 길에 멈춰서 10개, 거의 다 와서 10개, 집 앞에서 10개. 총 30개 끝.
야호 나도 철인이다! 가 아니라... 야호 나도 약골이다!라는 생각에 웃음이 난다. 세상엔 근육이 우락부락한 철인만 있는 게 아니니까. 나 같은 약골을 위한 3종 경기가 있으면 좋겠다.
약골 3종엔 여러 조합이 가능하다. 슬로우 러닝, 걷기, 팔 굽혀 펴기 30개. 러너가 아니라면 느리게 걷기, 빨리 걷기, 스쿼트 50개. 뭐든 좋다. 어쨌든 새벽에 나가서 자기만의 '약골 3종경기'를 뛰고 온 당신의 목엔 보이지 않는 황금빛 메달이 빛나고 있을 테니.
글쓰기도 그렇지 않을까. 베셀 작가의 철인3종은 아마도 종이책, 3쇄 4쇄 베셀, 끝없는 강연? 정도. 나의 약골3종은 다르다.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아니면 매체에 따라서 인스타, 블로그, 브런치도 좋겠다.
아무려면 어떤가. 자신의 체력에 맞게 3종을 골라서 자기만의 루틴을 만들면 하루를 아이언맨으로 시작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슈퍼맨처럼 근육질의 아이언맨이 아닌, 국민약골의 몸에 맞지 않는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잔뜩 폼을 잡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난다. 아무려면 어때. 약골3종이나 철인3종이나 큰 차이가 있을까.
오늘도 약골3종에 도전한 내가 자랑스럽다. 국민약골의 새로운 부서로의 첫 출근. 다른 이들 눈엔 보이지 않는 금빛 메달을 목에 두르고 나는 당당하게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