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보통의 리뷰

생각한 대로, 있는 그대로

by 러너인

빨간머리 앤이 살아있다면 지금쯤 나이 128살의 할머니가 되었겠지? 여전히 초록 지붕 집 앞마당에 핀 사과꽃을 바라보다 문득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바라볼 그녀를 떠올린다.

이젠 인생 선배가 된 빨강머리 앤의 인생 위로처럼 다가온 한 권의 책. 감성멘토 이미라 작가님의 "생각한 대로, 있는 그대로"을 만났다.


30년 간 일터에서 산업전문간호사, 보건관리사로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흔들리며 단단해지는 이야기. 빨간머리 앤이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 이야기를 어느덧 흰머리가 희끗해진 모습으로 다정하게 우리에게 전하는 듯 포근하다.


나는 곧 지금 직장에서 20년이 된다. 20년이란 시간도 이렇게 많은 일이 있었는데, 미라 작가님은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을까.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라 얼마나 조마조마하고 마음을 졸였을까.


우리는 자신이 한 일이 누군가의 삶에 작은 변화를 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금연 캠페인을 기획했다. 누군가 시작하지 않으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혼자 밤을 지새우며 자료를 정리하고, 퇴근 후엔 동료들을 설득했다. 1년 후 한 선배가 퇴직하며 내게 이런 말을 남겼다. "평생 놓지 못했던 담배를 놓고 퇴사하게 해주어 참 고맙습니다." <p.206. 생각한 대로, 있는 그대로>


작가는 20대 후반, 아이가 태어난 지 2주 만에 야간 대학원에 다니고 나중에는 박사과정까지 마친다. 왜 그는 육아, 직장을 병행하며 끊임없이 공부를 했을까. 책에 답이 있다. "어디에 쓰려고 배우는 게 아니라 배우는 과정에서 더 행복한 내가 됩니다."


8월 1일 자로 새로운 부서에 왔다. 20년 기획업무를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산학협력 분야다. 전문가에서 초보자가 된 느낌이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회계담당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며 여쭤보니 본인도 이곳에 와서 회계를 처음 시작했다고 했다. 원래 전공은 중국어라 회계랑은 무관하다고. 안심이 되었다. 나도 중국어 전공자라 웃음이 났다.


실무는 늘었는데 자격증이 없어서 전산회계 자격증을 따려고 준비 중이라는 그의 말에 자극을 받았다. 그래. 나도 이 기회에 제대로 회계를 배우고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이 51에 새롭게 배우라는 의미로 나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고 믿기로 했다.


생각의 스위치를 바꾸는 에피소드. 비 오는 날 운동 이야기가 나온다. 비가 와서 오늘은 운동을 쉬어야겠다고 하는 작가의 말에 남편은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뛰는 것도 아닌데, 우산 쓰고 걸으면 되잖아"


그 순간, 머릿속에서 생각의 스위치가 바뀌어 우산을 들고나갔다. 하기 싫은 일에서 하고 싶은 일이 되는 순간. 달리는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비가 와서 못 뛰겠다가 아니라 우중런하면 되겠구나! 신나게 비를 맞으며 뛰면 되겠구나! 하는 역발상의 힘.


러너들은 생각의 스위치를 바꾸는데 능하다. 달리기 전에는 5km 거리에 약속장소가 있으면, 버스를 타고 가거나 차로 간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러너의 뇌는 다르다. 그 정도면 뛰어서 가면 되잖아! 하고 달릴 채비를 한다. 러너는 머릿속 생각의 스위치를 바꾼다.


나는 손편지를 사랑한다. 요조님께 손편지를 썼고, 이번에 부서이동을 하며 내가 있던 자리로 오시는 분과 내가 갈 자리에 계시던 분께 짧게 손편지를 썼다. 손편지를 쓰느라 잠을 설치고 새벽운동을 뺐지만 그분들이 받았을 따뜻한 온기와 위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일하면서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자기 일하느라 바쁘다는 걸 깨달은 그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고 썼다. 출근할 때마다 옷차람에 신경 쓰인다는 후배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넌 다른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고 왔는지 다 기억하니?" 후배는 고개를 젓는다.


처음에 레깅스를 입고 달리던 새벽을 떠올린다. 남들이 볼까 봐 불안해하며 거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던 그때의 내가 생각나 웃음이 난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면 좋아하는 옷을 입고, 진짜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라고 그는 조용히 웃으며 말한다.


책을 닫으며 '아보하'라는 글귀를 마음에 새긴다. 아주 보통의 하루. 그런 하루의 조각들이 바로 행복을 이룬다고.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하나 덧붙이고 싶다.

"힘들 때 읽을 수 있는 소중한 감성멘토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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