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늙었어도 포기하지 않았을 뿐이다
달마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향하던 길, 폭풍을 피해 수많은 철새가 그의 배에 내려앉았다. 해치지 않았음에도 폭풍이 잦아든 뒤 수백 마리가 죽어 있었다.
달마는 말했다. “저 새들은 늙어서 기력이 다해 죽은 것이다. 다만 늙었어도 포기하지 않았을 뿐이다.”
어제 바나나 런클럽 서킷훈련. 원래도 힘든 훈련인 데다가 수면시간까지 부족해서 컨디션이 바닥이다. 에너지젤을 먹어도 자신이 없다. 완주만 하자는 마음으로 트랙 위에 섰다. 금세 힘에 부친다. 질주하는 구간마다 천천히 뛰면서 가까스로 따라갔다.
중간에 2인 1조로 한 명이 앞사람 다리를 붙들고 앞사람은 팔로 전진하는 동작이 있었다. 나중에 보니 소달구지처럼 보여서 웃음이 났다. 서로가 번갈아서 트랙 밭을 갈고 있었다. 서로 한 번은 소몰이꾼이, 다른 한 번은 소가 되어 힘차게 트랙밭을 갈며 달린다.
앞으로 전진하는 점프 스쿼트 동작이 다 끝나고 매니저님이 찍어주신 사진을 보니, 정말 비장한 얼굴로 허공을 노려보며 입술을 깨물고 뛰고 있었다. 너무 진지한 내 얼굴과 짙은 눈썹을 보며 웃다가 달마대사가 생각났다.
“저 새들은 늙어서 기력이 다해 죽은 것이다. 다만 늙었어도 포기하지 않았을 뿐이다.”
달마는 왜 먼 인도에서 중국까지 험한 길을 택했을까. 그 늙은 새들은 왜 기력이 다할 때까지 날았을까.
누군가는 왜 나이를 먹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가.
시인은 말한다. "스스로의 이상향을 향한 새들의 자유로운 날갯짓은 늙음과 무관하며 생명을 다하는 그 순간까지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다고."
러너는 말한다. "스스로의 이상향을 향한 러너들의 자유로운 발걸음은 늙음과 무관하며 호흡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고."
죽음과 노화가 삶의 결승선이라고 믿는 사람은 고개를 푹 숙이고 걷다가 생명이 끝나게 되지만, 죽음조차 쉼터(cp)라고 믿는 사람은 언제나 처음처럼 전력질주로 죽음을 통과하지 않을까.
달마가 트랙으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 나도 그 새들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힘차게 달리고 싶다. 짙은 눈썹 달마의 질주와 힘겹게 트랙밭을 가는 소달구지를 떠올린다.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