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우님. 안녕? 나는 여름이에요. 당신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해요. 조금 더웠던, 아니 내겐 따뜻했던 8월 15일. 당신은 첫울음을 터뜨렸어요. 포대기에 싸여 인상을 쓰며 우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쿡쿡 웃음이 났어요.
누군가는 나를 싫어하고 또 나를 좋아해요. 나 때문에 아픈 사람을 만나면 나도 맘이 아파요. 하지만 나는 여름이에요. 조금은 덜 뜨겁게 당신을 사랑하고 싶지만 힘들어요. 나는 매번 애쓰고 있어요. 당신이 너무 아프지 않도록...
당신은 모르죠. 당신이 편해지려는 노력이 얼마나 나를 아프게 하는지, 당신이 노력하는 만큼 나는 아파요. 감기에 들뜬 사람처럼 난 다시 당신을 더 힘들게 만들죠. 안을수록 서로에게 상처 주는 고슴도치 같은 우리 둘.
그거 아세요? 난 당신이 처음 달리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권투 하듯 팔을 올리고 뒤뚱거리며 뛰는 당신. 비록 어린 시절 당신과는 달랐지만 제 눈엔 사랑스러운 아이 같았어요. 올해가 달리는 당신과 다섯 번째 만남이고 당신이 책을 내곤 처음 만나는 시간이기도 해요.
당신이 오늘 아침. 사람들과 행복하게 2시간 넘게 달리는 모습을 보았어요. 조금 힘들어 보였고 가끔은 안쓰럽기도 했답니다. 몰랐죠? 난 가끔 당신이 달리는 그곳에 살짝 작은 그늘을 만들곤 해요. 깜짝 선물을 하듯 시원한 바람을 후~ 불어 주기도 하고요.
그때 당신 표정이 좋거든요. 이렇게 양팔을 크게 벌리고 '아! 바람이 참 시원하다.'라고 소리 내어 웃는 당신의 모습. 그런 당신의 웃음이 좋아서 자꾸 해주고 싶어도 그러진 못해요. 어쨌든 난 여름이니까요. 난 누군가를 다시 뜨겁게 해야 해요. 꺼져버린 생명의 불꽃을 찬란한 빛으로, 차갑게 식어버린 영혼이 다시 타오를 수 있도록. 그게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에요.
원망하지 말아요. 나도 당신이 나를 아프게 해도 가만히 견디고 있어요. 아프다는 소리조차 내지 않아요. 가끔 당신이 얼마나 아파하는지 아니까요. 하지만 난 당신이 언제나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땀 흘리기 바래요.
난 당신의 첫 마음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 이곳에 왔어요. 혹시 익숙해진 달리기가 올여름 유독 힘들다면, 그게 바로 내가 주는 진짜 선물이에요. 5년 전 당신이 힘겹게 달리던 모습을 떠올리게 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더군요. 다시 런아기로 되돌아가는 :)
당신이 마음의 옷을 벗기 바래요. 어린아이처럼. 갓 태어난 러너처럼, 갓 출간한 작가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세상을 탐험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시 첫걸음을 내딛기를 바래요.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곧 저는 사라져야 해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아요. 그때까지 우리 함께 있는 시간을 더 사랑하고 소중하게 보내요.
난 당신의 단 하나뿐인 여름이에요. 언제나 당신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누구보다 가슴이 뜨거운 나와 당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