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게이의 공감 토크쇼. 팟캐스트 '나를 혐오하는 사람들과의 대화'입니다. 오늘도 저의 악플러들에게 전화를 걸어볼게요!"
"혐오와 오해, 편 가르기와 적개심이 판치는 인터넷 시대, 조회수 수백만의 콘텐츠를 찍어내던 인플루언서 딜런 매론은 유명세가 커지는 만큼 엄청난 악플 세례에 시달리게 된다.
유색인종의 좌파 게이 크리에이터로서 조리돌림의 표적이 되어버린 그가 선택한 것은 바로 악플러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화하기. 이 용감한 프로젝트를 통해 그가 마주한 현실 소통의 위력과 교훈, 생생한 감동과 숙고의 순간들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정신세계사 책소개 메일을 받고 위 몇 줄을 보자마자 책을 주문했다. 책을 알리느라 나름 안간힘을 쓰는 편이라 네이버에서 내 책제목을 넣고 어떤 검색페이지가 나오는지 자주 검색해본다. 주말에 다시 검색해 보니, 기존 리뷰어들의 감사한 서평들이 앞에 나오고 6월에 가진 도서관 북토크 소식과 함께 전국 여러 도서관에 등록된 책정보가 주르륵 나온다.
매스컴이나 기사에서 내 책이 언급되진 않지만, 여러 도서관에 책이 들어가 있는 결과는 언제나 감사하다. 특히 예약 중으로 되어 있거나 대출 중으로 되어있을 때 받는 기쁨은 교보문고 평대에 책이 잠시 올려져 있던 올해 4월 초를 떠올리게 한다.
토요일 저녁 무심히 네이버에 내 책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를 검색창에 넣고 검색을 눌렀다. 익숙한 검색결과를 지나 한 두 페이지를 지나니 독서 커뮤니티에 올라온 개인적인 리뷰가 하나 뜬다. 호기심에 눌렀더니 내 책 사진이 덩그러니 떠있고 딱 두 줄의 리뷰가 있다. 숨이 턱 막혔다.
"소셜 미디어 글들을 종이책에 묶었다. 대체 왜 이런 책을 출간하는 건가?"
딱 두 줄로 하루를 망칠 수 있구나 하는 걸 배웠다. 나름 책부심이 있는 독서 커뮤니티 같고 전문서나 깊이 있는 책을 주로 읽는 독서가로 보였다. 난 소셜 미디어 글들을 그대로 묶어서 책으로 낸 건 아닌데, 그리고 소셜 미디어 글들은 매일 내가 몸으로 느끼고 지난 4~5년 간 달리고 쓰고 소통한 결과물이지 누구껄 베낀 것도 아닌데... 초고를 다시 쓰느라 애쓰고 퇴고에 6개월을 걸려서 쓴 책인데...
속상해서 창을 닫았다. 하루가 지나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차라리 그냥 사회 부적응 악플러라면 욕이나 하고 뒤돌아섰을 텐데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생각해 보니 악플도 관심이니 도서관에 들어간 만큼 내 책도 조금은 알려진 건가 하는 웃픈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위의 악플 관련 책을 만나 바로 주문했다.
피라미 같은 나와 달리 엄청난 성공을 거둔 유색좌파 게이인 작가가 얼아나 악플에 시달리고 있을지 눈에 그려졌다. 그가 악플러에게 직접 연락을 하고 대화한 이야기라니 너무 큰 용기가 아닌가. 악플의 수위는 낮지만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여 책을 펼쳤다.
자신이 받은 악플을 캡처해서 한 곳에 모아 보관하고 읽는다는 그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악플러의 독한 글. 게이를 저주하는 댓글을 보고 상처를 받았지만, 충분한 시간을 들여 악플러의 일상을 sns를 통해 바라보기 시작한다. 같은 영화를 보고 감동했다는 후기를 보았고, 그가 외롭다고 올린 짧을 글도 본다. 처음의 감정이 조금씩 사라지고 그는 악플을 단 사람이 일한다고 쓴 베스트바이 영업점 음성메시지에 그의 하루를 응원하는 목소리를 담아 전한다.
그 책이 내게 준 인사이트가 컸다. 다시는 검색하고 싶지 않다던 옹졸한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냥 차단해 버려! 하는 게 요즘 SNS 트렌드지만, 책을 쓴 탑게이 작가님의 행동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잠시 시간을 내어 내게 그 댓글을 단 분이 읽고 있는 책들과 책 리뷰, 그리고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가 단 악플 리뷰를 소중히 갈무리했다. 그가 애써서 올려준 2줄도 감사하지 않은가? 아직 책의 존재도 모르는 이가 수두룩한데 이렇게 열심히 읽고 SNS와 비교해 가면서 평가해 준 그 정성이 어찌 고맙지 않은가?
탑게이님은 처음에는 간접적으로 악플러에게 마음을 전하고 나중엔 직접 소통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 같다. 아직 더 책을 읽어야 하니 그때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일단 내 책이 왜 책으로 나왔는지 탄생의 의문을 제기한 그분께 어떻게 내 마음을 전할까 생각해 본다.
그분이 리뷰한 다른 책들을 보다가 "무릎 통증"에 관한 책 리뷰를 보았다. 풀코스 도전 후유증으로 무릎 통증으로 제대로 달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부상이 주는 답답함이 있을 그가 떠올랐다. 나는 달리기로 나를 바꾼 진짜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어떤 꾸밈도 없이. 부상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만 그처럼 풀코스 한 번의 도전으로 부상으로 못 뛰고 있지 않으니까. 그의 마음을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가 좋아하는 책들, 그가 쓴 리뷰를 읽으며 날카로운 그의 시선과 선호하는 책이 어떤 유형인지 어렴풋이 짐작해 본다.
그가 쓴 두 줄의 리뷰에 나도 회원가입하면 댓글을 달 수가 있다. 탑게이님의 책을 더 읽고 용기 내서 댓글을 달 생각이다. 그를 설득하고 싶기보단 어떤 마음으로 내가 책을 썼고 어떤 마음으로 달리고 있는지, SNS에 없는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또 악플을 달아도 괜찮다. 어차피 나는 나아가고 있고, 정식으로 투고해서 출판했고, 곧 요조 님 음성으로 오디오북도 나오니까.
나는 당신이 좋다. 어쨌든 내 책을 읽고 리뷰를 남겨줬으니. 하지민 난 당신을 제대로 읽고 따뜻한 답글을 달 거니까. 꼭 당신께 약속한다 :)
P.S 그의 또다른 책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