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두 번째 합평회다. 100일간 매일 글쓰기로 다짐한 분들이 모여서 중간점검 및 이야기꽃을 피우는 날. 새벽부터 일이 꼬였다. 비가 쏟아지고 시간에 맞춰 갈 수 없어서 러닝클래스를 쉬었다. 사람들과 같이 25km를 뛰는 훈련을 못해서 찜찜했다.
훈련에 못 갔다고 안 뛰면 온종일 불편할 것 같았다. 비 맞으며 10km를 뛰었다. 뛰기 전 확인한 이번 주말 글쓰기 주제는 진화작가님 책 제목을 따서 'OO 듯이 가겠습니다'로 써보는 글이었다. 비를 맞으며 달리다가 어떤 단어가 좋을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린다. 우중런하듯이? 달리듯이? 별로다.
'비 맞듯이'는 어떨까? 러너가 되면서 비 맞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예전에는 우산이 있어야만 길을 나설 수 있었고 비를 맞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다르다. 비가 와도 달린다. 비가 오면 우중런이 낭만이라고 오히려 더 달리기도 한다.
책을 쓰고, 글을 쓰고, SNS에 자신의 생각을 스스럼없이 적는 건 쏟아지는 비를 맞고 달리는 것과 같다. 강철비가 내리고 옷이 젖고 러닝화가 질척거려도 주어진 달리기를 끝까지 해내겠다는 마음, 게다가 이를 악물고 뛰지 않고 웃으며 달리겠다는 다짐이다. 군가를 부르듯 한 번은 '비 맞듯이'를 또 한 번은 '가겠습니다'를 큰 소리로 외쳐본다. 달리는 발에 구령 맞추듯 반복해서 외친다. 웃음이 났다. 비 맞듯이 가보자고, 비 맞고 달리듯이 가보자고 다짐했다. 두려움이라는 비를 우산 없이 맞으며 가기로 했다.
합평회에 오시는 작가님 글을 미리 출력하려고 했는데 프린터가 고장이었다. 휴대폰 메모장에 조금씩 생각을 적었다. 피곤하고 되는 게 없는 날도 있다. 비 맞듯이 가야 하는 날, 글이 안 써지는 날도 있고 졸음을 참으며 가까스로 쓰는 날도 있다. 지금처럼. 글쓰기신과 달리기 신이 눈감은 날에도, 우리는 멈추지 않고 달린다. 비 맞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