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 레깅스와 양말을 두 겹으로 입고 길을 나섰다. 바쁜 일상을 마치고 러닝클래스로 향했다. 언덕과 코치님, 매니저님, 러닝 전우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 추위를 뚫고 자리를 채운 사람들.
목표 페이스 없이 조를 나눈다. 조금 빠르게 언덕 200M 12회 왕복 목표. 속도보다 자세에 신경 써야 하는 날이다. 처음 몇 번 언덕 구간을 뛰는 데 힘들다. 두세 개째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뒤쳐지다가 아예 맨 뒤에서 달렸다. 5개 째부터 힘든 느낌이 사라진다. 몸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6개? 절반이 지나 러너들의 숨소리가 거칠어질 때부터 오히려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씩 앞으로 나가게 되고 두려움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11-12개는 전력질주로. 언덕의 고도가 높지 않아서 좋았다. 목표인 12회전을 즐겁게 마쳤다.
워밍업과 언덕에 오르기 시작한 처음의 불안한 마음은 달리면서 어느새 가벼운 마음으로 바뀌었다. 처음부터 빠르게 달리는 건 나에겐 어렵다. 어쨌든 마라톤은 장거리 운동이니 후반으로 갈수록 나아지는 내가 좋다.
내 나이 만 51. 인생 언덕 5.1바퀴째.
5회전을 마치고 0.2바퀴를 달려가고 있다.
전반 인생 언덕 5개는 솔직히 힘들었다. 숨 가쁘게 넘으며 내가 가진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후반이다. 언덕 6~10개를 향해 즐겁고 힘차게 달릴 시간이다. 후반전의 달인이 되기 위해 오늘도 달린다.
웃으며 더 힘차게 달릴 인생 후반전.
언덕 5개를 지나며 더 힘차게 달리기 시작한 나처럼,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달리는 당신이 되길 바란다. 당신만 숨차고 힘든 게 아니다. 지금 당신은 당신이 언제 가장 강해지는지 모른다.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다. 언덕 12개. 당신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