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건강검진 내시경으로 위에 선종이 발견되었다. 6월에 내시경 점막하 절제 시술이 기다린다. 암은 아니라지만 걱정된다. 코치님도 매니저님도 동마든 뭐든 신경 쓰지 말고 건강만 챙기라고 하셨다. 그래서 더 동마에 나가고 싶었다. 6월 이후 제대로 다시 달릴 수 있을지 모르니까. 달리기가 뭐길래 이렇게 아쉽고 아쉬울까. 10월에 다시 춘천마라톤에 나갈 수 있을지...
만일 오늘 동마가 나의 마지막 풀코스라면, 어떻게 달려야 할까? 수많은 상념이 올라와 결국 전날 밤까지 출사표를 쓰지 못했다. 가까스로 동마 당일 새벽 지하철역에서 찍은 영상에 몇 장의 사진을 넣어 버스에서 급조한 영상으로 출사표를 대신했다. 민원님과 승화님 덕분에 가까스로 차편을 구해서 6시 전 광화문에 도착했다. PB를 꿈꾸는 러너들이 부럽다. 오늘 PB는 고사하고 3시간 30분 안에 들어올 수 있을까?
6년의 러닝 중 리즈시절은 2023년~2024년 초였다. 풀코스 320분 조에서 훈련을 소화했던 23년 가을, 춘천마라톤에서 3시간 25분 50초로 PB(개인 최고기록)를 세웠다. 기대했던 24년 동아마라톤에서는 화장실 이슈로 3시간 27분에 그쳤다. 이후 첫 책 출간 준비, 출간, 책 홍보, 회사 업무로 마일리지가 줄어들면서 몸도 무거워졌다. 3시간 30분 목표 조로 옮겼지만, 훈련이 평소보다 조금 빨라지는 날이면 따라갈 수 없어서 3시간 40분 조로 조바꿈했다. 자신감이 점점 떨어졌다.
25년 8월 부서를 옮겼다. 새로운 사업을 맡으며 야근이 잦아졌다. 주 3일 바나나 훈련 중 주 2회도 겨우 참가했다. 힘든 스케줄이 잡힌 날에는 340조로 조바꿈했다. 늘어난 체중도 문제였다. 결국 풀코스 대비 트랙 장거리 훈련에서 DNF 했다. 25km에서 멈췄다. ‘이래서 3시간 30분 안에 완주할 수 있을까...’
마지막 남은 장거리 훈련은 광교호수공원 39km 훈련뿐. 언덕이 있는 최종 훈련장소였다. 여기에서도 DNF(중도포기) 하면... 걱정을 안고 출발했다. 업힐 13회전을 거듭할수록 다시 몸이 살아났다. 목표 페이스로 업힐 최장거리를 완주하자 희망의 불씨가 생겼다. ‘일단 버티자. 나는 후반이 나으니까.’ 99번 훈련에 실패했지만, 딱 한 번 마지막 업힐 최장거리 훈련을 성공하니 다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그 한 번의 성공이 동마를 준비하는 마지막 보루였다. 물론 그 뒤로도 페이스가 빨라지면 340조로 조바꿈하며 겨우 버텼지만...
26년 3월 15일 오전 7시 38분. 동마 B조에서 출발했다. 첫 1km를 5:05로 시작하여 2km 지점부터 15km까지 4:40 페이스. 15km까지 평균 4:45/km로 안정적으로 레이스를 시작했다. 16km~27km 구간에서 평균 4:50초대로 약간 밀렸다. 마의 구간인 28~36km. 28km 지점에서 5:03으로 첫 5분대 페이스 기록 후 36km까지 평균 5:01 페이스로 전체 레이스 중 가장 낮은 속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힘든데 펀런하고 완주만 할까? 막상 달려보니 건강이 안 좋아서 그냥 완주만 했다면 되잖아?’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아픈 게 아니라 단지 힘들 뿐이었다. 막판 뒤집기가 필요하다. 37~42km 구간에서 다시 힘을 낸다. 37km에서 다시 4분대로 끌어올리고 41km(4:44), 42km(4:34)로 가속 후 피니시 라인 100미터는 3:46 페이스로 전력질주해서 들어왔다.
3시간 30분 안에 들어오면 얼마나 좋을까? 담담한 마음으로 시계를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3시간 25분 41초. 3년 전 춘천마라톤 풀코스 PB 기록과 비슷하다. 확인이 끝났다. 23년 춘천마라톤 기록보다 9초 빠르다. 3년 만에 PB 갱신, 웃음이 나려다가 가슴에 뜨거운 뭔가가 솟아올랐다. 들어와서 한참을 서서 눈을 감고 있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진심’이란 노래가사처럼. “그대를 지켜주는 건 그대 안에 있어요. 강해져야 해요. 그것만이 언제나 내 바람이죠.” 오늘 42km를 후회 없이 달렸다. 재미있었고 힘들었다. 웃음이 나고 슬펐다. 소중하고 기뻤다. 응원단에 고맙고 따뜻해졌다.
감사했다. 달릴 수 있어서. 9회 말 다시 만루홈런을 칠 체력이 남아있어서. 주로에서 귀한 보급과 응원해 주신 고마운 분들께. 비루한 나를 훈련시켜 주신 바나나 코치님과 매니저님. 함께 달려주신 주로 위 소중한 분들께. 3년 만에 PB가 이렇게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우리 인생처럼, 달리기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