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셀작가 모임이 있다. 출간 후 친해진 작가님들 몇 분과 만든 톡방이다. 서로의 고군분투 책 홍보 소식을 알리거나 책과 강연 등 서로에게 도움이 될 정보가 있으면 나누곤 한다. 내가 아는 모든 걸 나누고 싶다. 나와 돈독한 인연이 된 동네도서관에 재능기부 강연자로 설 수 있도록 연결해드리기도 했다. 나름 기버의 역할이다. 이미 강연자로 끊임없이 활동 중이신 작가님도 있고 병원에서 오프라인 모임에서 각자의 책으로 자신의 삶을 다채롭게 하고 계신 능력자분들이다.
어젠 2026년 1차 오디오북 지원사업이 눈에 띄어서 작가님들께 소식을 전했다. 출판사와 이야기하셔서 꼭 지원하시라고. 지원서를 제대로 써야 하는데 감을 잡기 어려우니 내가 써서 선정된 기획서를 드릴 테니 참고하셔서 더 멋지게 써달라고 자료를 드렸다.
문득 오디오북을 얼마나 듣고 계신지 궁금했다. 밀리의 서재에는 청취자 수가 나오진 않고 서재에 담은 숫자만 나온다. 337분이 본인 서재에 담아주셨다. 윌라는 어떨까. 윌라는 청취자 수가 나온다. 두 달 전 보았을 때 1,000명 대로 나와서 놀랐다. 25년 10월에 오디오북 출시 후 100일 만에 1,000명이, 다시 60일 만에 두 배인 2,000명이 들었다. 윌라 하나만 놓고 봐도 놀라운 수치다. 어떤 홍보조차 없이 조용히 늘고 있다. 종이책은 여전히 힘들다. 아직 1쇄가 되려면 한참을 더 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나오자마자 2쇄, 4쇄를 찍었다고 광고하는 책들을 보면 부럽다. 하지만 무명의 작가가 그것도 나이 46에 처음 시작한 달리기로, 달린 지 5년 만에 달리기 에세이를 썼다는 자체가 기적이다. 내 돈 내 책이 아닌 투고로 출판사 비용으로 책을 낸 것, 오디오북지원사업에 도전해서 밤샘 기획서로 출판사 1호 오디오북이 된 것. 가수 요조 님을 오디오북 낭독자로 섭외한 것. 도서관에 무료강연 2회, 경기도인재개발원과 경동기업 특강까지.
빠르고 더 멀리 달리는 러너들은 모래알처럼 널렸지만 달리기로 자신의 생각, 한계, 고정관념을 깨고 세상 속으로, 자신의 한계 밖으로 달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100km를 밥 먹듯 달리는 아니 수백km를 며칠간 달리는 울트라마라토너도 많지만, 산책조차 하지 않던 중년의 40대가 달린 지 2년 만에 풀코스를 넘어 울트라를 뛴 경험은 낯설다. 나는 달리기를 빌어 자신을 두렵게 하던 한계를 하나하나 넘는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출간 1년. 종이책은 요즘 1주에 한 권 나갈 때도 안 나갈 때도 있다. 하지만 오디오북은 160일째 꾸준히 달리며 누군가의 귀에 닿는다. 출판사에서 지원사업에 선정되면 오디오북을 내주신다고 해서 밤새워 기획서를 썼다. 무명인 내가 아무런 출간지원 네트워크가 없는 상황에서 종이책이 잘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콘텐츠의 속도감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있으니 오히려 귀로 듣고 들으며 운동을 하는 건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에 온 힘을 쏟았다. 불가능의 가능성을 뚫고 오디오북 지원사업 선정작 1호가 되었다.
포기하지 말자. 나는 그날 새벽 4시 넘어 오디오북 지원사업 계획서를 쓰면서 반드시 선정된다고 믿었다. 출판사가 아닌 작가인 내가 직접 계획서를 쓰고 있으니까. 오디오북 제작사에 무작정 전화해서 어떤 식으로 써야 가능성이 높은지 물어볼 정도로 진심이었으니까. (물론 어느 출판사냐고 물으셔서, 출판사에 누가 될까 봐 통화를 더 이상 하지 못했다.) 내 책이 오디오북이 되어 밀리의 서재에서 윌라에서 누군가의 귀에 닿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 일이 결국 일어났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책도 무명작가의 책이고 일반 성우분의 목소리로 낭독을 하면 누가 들여다보기나 할까. 평소 오디오북으로 즐겨 듣던, 달리기의 시작에 작은 기여를 해준 가수 요조 님을 떠올렸다. 이미 불가능을 뚫은 마당에 또 다른 한계에 도전하는 건 두렵지 않았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서 요조 님을 낭독자로 섭외했다.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 오디오북은 내용도 어느 한 인간이 한계를 넘어 도전하는 이야기지만, 누군가의 귀에 닿는 그 과정까지 모두 한계에 도전한 결과물이다. 13시간 동안 쉼 없이 달렸던 100km 울트라마라톤을 뛰던 그 새벽, 작은 출판사는 가능성이 없다던 오디오북 지원사업 기획서를 쓰던 그 하얀 밤, 두려워도 내 책을 가지고 가수 요조 님을 찾아 나서던 그날, 메일을 주고받던 그 한 달의 기다림까지 그 모든 도전이 스며들어 있다.
달리기에 미친 누군가가 아닌 당신에게 닿기 위해 모든 과정을 넘어 한계를 향해 뜨겁게 달려온 나의 이야기를 요조 님의 목소리로 전한다. 당신의 달리기에도 이야기가 있으니까. 사실 이 책은 달리기 책이 아니다. 자신의 알을 깨고 나온 한 인간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