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전날 단축근무를 했다. 수원역에서 점심 먹고 집에 가기로 했다. 길 건너 식당을 향해 육교 위로 발을 올렸다. 계단의 끝에서 대각선 방향에 앉아 구걸하시는 분과 눈이 딱 마주쳤다.
오랜 무기력과 결핍으로 초점이 없고 흔들리는 슬픈 눈. 나보다 나이가 많은 점잖은 남자분이다. 그에겐 어떤 사연이 있을까. 전에도 왠지 마음이 쓰여서 그분 앞 동전함에 가끔 작은 마음을 표하곤 했다.
오늘은 애써 외면하며 지나쳐본다. 그를 지나쳐서 걷고 육교의 끝에 도착했지만 그 슬픈 눈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멈춰 서서 지갑을 꺼낸다. 다행히 지폐가 있다. 오천 원권 한 장을 꺼내 뒤돌아 그에게 다가간다. 그가 무심히 눈을 들어 나를 쳐다본다.
지폐를 그의 동전함에 가만히 올려놓자, 그의 눈이 놀란 듯 커졌다. 두 손을 합장하며 고개를 숙이는 그의 모습이 마음에 깊게 새겨졌다. "명절 잘 보내세요." 짧은 말을 남기고 돌아섰지만, 눈시울이 뜨거웠다. '이게 뭐라고. 이 작은 돈이 뭐라고.'
그의 도미노는 어떤 이유로 쓰러졌을까. 무엇이 그의 삶의 도미노를 무너뜨렸을까. 자기 자신, 가족, 친구, 연인, 건강이 이유일 수도 있다. 정말로 운이 나빴을 수도 있겠지. 가끔 인생에는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치니까.
어떤 사람이 ‘자기 인생은 도미노처럼 다 쓰러졌다’고 글을 남겼는데, 거기에 누군가가 ‘위에서 보면, 멋진 그림이지 않겠냐’고 댓글을 남겼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그 짧은 한 줄에 담긴 따뜻한 위로가 글쓴이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까.
어찌 보면 쓰러진 도미노 인생이지만, 위에서 보면 작품 같은 우리의 인생. 그의 도미노는 어떤 모양을 그리고 있을까.
바나나런클럽 토요일 파틀랙 훈련이 시작되었다. 오늘 코스는 세 개의 언덕으로 이어진 "도미노 언덕." 길고 낮은 첫 번째 언덕, 짧고 급경사인 두 번째 언덕. 여기에 세 번째 언덕이 추가되었다는 걸 나는 전혀 몰랐다.
출발 전, 코치님이 편안한 목소리로 "오늘 언덕 훈련은 페이스 없어요. 언덕 구간만 빠르게 뛰시고 평지는 속도를 유지하고 내리막에서 회복하세요."라고 하셔서 페이스가 없다는 말에 마음이 가벼웠다.
처음 20분간 워밍업을 하며 코치님과 함께 오늘 코스를 한 바퀴 달려본다. 잘 알고 있는 첫 번째 도미노와 두 번째 도미노를 지난다. 첫 언덕은 조금 길지만 완만해서 속도를 올려도 부담이 없지만, 두 번째 언덕 도미노는 다르다. 여기가 승부처다. 달려보니 만만치 않다.
‘이제 언덕 구간은 끝이구나.’ 두 번째 도미노를 넘고 가쁜 호흡을 가다듬으며 조금 앞쪽 내리막길로 자연스레 발이 향한다. “아니, 거기 아니에요. 계속 쭉 올라가세요.” “응? 여기가 아니라고? 또 올라간다고?” 코치님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잠시 내리막 후 급경사 오르막이 저기 멀리 보인다.
세 번째 언덕을 넘으며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오늘 언덕은 페이스를 따질 여유가 없다는 걸. 그냥 오르막에서 있는 힘껏 달리는 코스다. 한 바퀴 돌아보니, 한 바퀴에 약 10~13분 정도 걸렸다. 본훈련 50분 동안, 세 개로 이어진 도미노를 몇 번 더 쓰러뜨려야 할지 모른 채 본훈련에 들어갔다. 두 번째 언덕을 넘으니 숨이 찼다. 530조 그룹에 어떻게든 붙어보려 했지만, 내리막에서는 따라잡아도 다음 언덕에서 거리가 또 벌어졌다.
그룹에서 나왔다. 530조에서 분리되어 네 명이 새로운 조가 됐다. 다섯 번 언덕을 넘고 계산해 보니 애매한 상황이다. 천천히 달리면 한 번만 도미노를 쓰러뜨리고 끝낼 수 있지만, 조금 더 빨리 달리면 도미노를 두 번 더 넘어야 했다. 피하고 싶진 않았다.
"우리 힘들어도 언덕 두 번 더 넘을까요? 천천히 한 번만 가도 되지만, 힘내서 두 번 더 넘고 끝낼게요. 파이팅!" 다시 도미노 언덕으로 향한다. 함께 내딛는 발걸음이 하나의 도미노처럼 서로를 이어준다.
마지막 일곱 번째 도미노 언덕. 첫 번째 도미노 언덕은 전보다 조금 더 빠르게, 두 번째 도미노는 더 빠르게, 마지막 도미노에서는 전력 질주로 꼭대기에 올랐다. 무사히 훈련을 마쳤다.
함께 바나나를 먹으며 떠올렸다. 각자의 속도로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만드는 도미노 같은 삶.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며 그리는 우리의 도미노, 아름다운 그림.
우리의 삶은 완벽하지 않기에 더 아름답다. 쓰러지면서도 서로를 이어가는 도미노처럼, 우리의 삶도 결국 서로가 연결되며 하나의 작품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