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오늘 딱 한 번만 반말해도 될까요?

by 러너인

반말은 어색하고 힘들어. 스레드는 반말로 글 쓰는 공간이라 가기가 망설여졌어. 얼마 전, 용기 내서 스레드에 처음 반말로 댓글을 남겼어. 내친김에 반말로 첫 글까지 올렸지.

오늘은 연휴라 바나나 훈련은 없어. 대신 민원님 번개 모임 덕분에 8명이 모여서 같이 인터벌 훈련을 했어. 정기 수업 땐 연진 코치님의 힘찬 구령에 맞춰 체조로 몸을 푸는데, 민원님이 자연스럽게 코치님처럼 구령을 붙이며 체조를 리딩해서 많이 놀랐어. 멋지더라.

궁금해서 물어보니 처음부터 이렇게 자연스럽진 않았대. 크루장을 맡게 되면서 앞에 나서야 돼서 미리 연습하며 준비하던 긴장된 시간들이 쌓여서 지금처럼 가능하다고 했어.

내 예전 모습이 생각났어. 팀장을 11년째 맡고 있지만, 초보 팀장 시절엔 부끄럽고 떨려서 팀원들을 잘 부르지도 못했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저... OO님. 혹시 지금 시간 되세요?"라고 소개팅하듯 조심스럽게 묻거나, 그것조차 힘들어서 각자 자리로 가서 한 명씩 속삭이듯 말했던 적이 많았어.

위에서 시킨 일을 나눠서 시켜야 하는데 다들 바빠 보여서 차마 말을 못 해서 결국 나 혼자 야근하거나, 바로 시키지 못하고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동의를 구하느라 쩔쩔매며 시간을 끌던 기억도 있어.

시간이 약이더라. 지금은 팀장이라는 자리가 익숙해졌어. 누가 "팀장님" 하고 부르면 '나인가?' 하고 뻔뻔하게 돌아보기도 하고, 우리 팀원이 다른 팀에 불려 가서 시달리는 것 같으면 달려가서 왜 그러냐고 따지기도 해.

내가 언제부터 팀원들에게 말을 편하게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느 순간 팀원들이 소중하고 예뻐 보이기 시작했을 때부터인 것 같아. 법인카드가 아닌 내 돈으로 밥을 사주면서도 기뻤던 때부터. 마치 딸들에게 밥을 사주듯, 나와 함께 애쓰는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어서 지갑이 저절로 열리더라.

팀원들에게 애정이 생기니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팀에서 발생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중심이 섰을 때부터 뭔가를 시키는 것과 말도 자연스럽게 편해진 것 같아. 초보 팀장 땐 몰랐던 일이야.

팀장이라는 직위 자체도 부담스럽고, 책임을 떠맡는 것도 두려워서 그냥 조용히 팀원처럼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내려오길 바랐어.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어. 내가 팀장을 맡은 이상, 받아들이고 행동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걸. 준비가 되어있든 아니든.

아직도 반말이 쉽지는 않아. 반말이 예의 없음이 아니라 장애물을 걷어낸다는 장점도 있어. 반 걸음 더 상대에게 가까이 가서 눈 맞추고 이야기하는 것, 어쩌면 그게 반말인지도 몰라. 그래서 그런지 스레드에선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를 꺼내게 되더라.

스레드에선 글자 수가 500자로 제한되고, 5분 이내 수정 가능해. 반말이란 지금까지 하던 말을 절반으로 줄이고 절반은 상대의 말을 들으라는 것 아닐까? 서로를 막 대하라는 게 아니라, 더 가까이 다가가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라는 말.

어느 분 글에 나도 용기를 냈어. "진지한 스레더에게"라는 제목이었는데, 너무 고심하지 말고 스레드를 써도 된다는 말이었어. 블로그처럼 신중하게 글을 써도 알고리즘을 타지 않으면 사라지고, 반대로 아차 싶은 글을 써도 걱정할 필요 없다는 이야기였어.

우리 삶의 실수나 걱정, 고민도 한때 유효한 것처럼, 스레드도 그 순간의 기록일 뿐이라는 말이 위로가 됐어.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걸 눈으로 보는 것이 큰 배움이라는 말도 정말 와닿았어. 결국 자꾸 나와서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는 거지.

그 글을 보다가 '내 글도 누군가를 이렇게 안아주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글이 주는 위로. 누군가에게 행동할 용기를 주는 일. 나도 가끔 나처럼 누군가에게 글로 용기 얻고 싶을 때가 있었거든. 나도 가끔 내게 글 써주는 내가 있었으면 좋겠어. 나 같은 누군가 한 사람만 더 있었으면 좋겠어.

오늘 그런 위로를 받아서 기뻤어. 용기를 준 그분께 정말 고마워. 가끔은 반말처럼, 우리의 걱정과 스트레스도 반만 사라지길 바래.

몸도, 마음도 전날보다 반쯤 더 열리는 자유로운 하루를 향해 우리 2025년 또 힘차게 달려보자. 오늘 소중한 분들과 웃으며 달린 인터벌 훈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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