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책 예약판매 3일 차. 소심한 홍보 중.
전세 살다 1년 전 나가신 전 임차인께 톡을 드렸다.
막판에 전세가 안 나가서 5개월이나 서로 애쓰다
당근으로 겨우 세입자를 구한 찐한 추억이 있는 그와 나.
이런 상황이면 감정싸움이나 하고 다신 안 볼 사이로 남을 수 있겠지만, 어느 날 그와 단둘이 1대 1로 만나기로 했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오늘 내 미션은 힘들다.
전세가 안 나가는 원인을 파악하고 오라는 아내의 엄명.
마음이 무겁다.
처음엔 서먹하고 긴장된 분위기였다.
커피를 건네고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요즘도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와. 꾸준하시네요. 보통 잠깐 달리고 안 하게 되는데..."
"전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뛰었어요. 달리면 위로를 되더군요.
힘든 일이 있어서. 사실 뛰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지금은 사람들과 달리는 게 행복해서 뛰어요."
힘들어서 살기 위해 뛰었다고 말하며 속이야기를 꺼냈다.
마음이 많이 힘들어서 러너가 되었다고 내가 마음을 연 순간. 내 눈에 고인 눈물을 본 그가 당황했다. 차가운 집주인인 줄 알고 있던 그였다. 그도 눈시울이 붉어지며 말했다.
"저도 공황장애가 와서, 최근에 운동을 못하고 있어요.
회사도 잠시 쉴 정도로 힘들었다가 이제는 나아졌어요.
전세금을 언제 줄지 단판 지으려 만난 두 남자의 미팅이 눈물 젖은 남자들의 수다가 될 줄은 그도 나도 몰랐다.
왜 집이 안 나가나 철저히 조사해 오라던 아내의 엄명은 뒤로하고 그와 나는 살아가는 이야기꽃으로 3시간 넘게 수다를 떨었다.
"조금 더 사시면 안 되나요? 전세금은 맞춰드릴게요."
"사실 집은 너무 좋고 살기 좋아요. 문제는 저희 두 아들이 너무 뛰어서 밑에 집과 층간소음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소음방지매트는 어떨까요? 제가 어떻게든 돈 마련해서 같이 방법을 찾아보면요."
"다 해봤는데 안될 것 같아요. 이사 밖엔 답이 없네요. 저도 매일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소리 지르는 게 습관이 돼서 저도 이상해지는 것 같아요."
"전 딸이 둘이에요. 화장실을 같이 쓰는데, 머리카락이 떨어져있어서 짜증 낼 때가 많았어요. 어느 날 또 주우며 나이가 몇인데... 뭐라 뭐라 하면서 투덜거리며 화장실을 정리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더군요."
"왜요?"
"만일 아이가 아파서, 많이 아파서 빠질 머리카락이 없다면... 아이가 집에 없다면... 화장실은 깨끗하겠지. 혹시 이 머리카락 하나가 아이들이 건강하게 나와 함께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하고요. 그날부턴 머리카락이 밉지 않더군요."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선생님. 오늘 제가 귀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말씀에 깊이 느끼는 게 있네요.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알겠습니다. 빨리 세입자를 구하거나 대출받아서라도 전세금 바로 드릴게요."
"고맙습니다. 그냥 가시면 혼나실 테니 빨리 집안 곳곳을 영상으로 찍어가세요. 전 안 나오게 방에 숨어있을게요." 그가 말했다.
집안을 찍은 뒤 그와 악수하며 말했다.
"저 지금 책을 쓰고 있어요. 러닝 에세이예요"
그가 말했다.
"선생님. 책 나오면 꼭꼭 연락 주세요. 꼭 살게요. 진심이에요."
1년이 지났다. 책이 나왔다.
어젯밤 톡을 넣었다. 그가 바로 구입했다고 답을 보냈다. "책소개 보자마다 울컥했어요. 그때 선생님과 제가 생각나서요."
어느 작가가 전 세입자분께 책을 팔았을까?
난 행복한 러너작가다. 베스트독자를 둔♡
※ 책 제목 :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교보문고 108위. 예스 24 60위 : 에세이 부문
(예약판매 3일 차)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0654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