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2) 매일 달리기, 뛰어야 싼다

by 러너인

러너의 로망은 새벽 달리기가 아닐까? 5년 전 달리기에 빠졌을 때, 아침잠이 많은 나도 뛰러 나갈 생각에 가슴이 뛰곤 했다. 인별에는 매일 달리기 초고수들도 많다. 처음엔 부럽기도 하고 왜 난 의지가 약할까 답답해하기도 했다.

책과 강연의 '백일백장'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어떤 도전부터 시작할까? 생각해 보니 이 무더위에 가장 하기 싫은 일은 달리기다. 사랑의 대상인 달리기가 한여름이 되면 애증의 대상이 된다.

내 책 '매일 달리기가 뭐라고' 에피소드에선 보여주기식 매일 달리기의 단점을 꼬집었다. 매일 달리고 SNS에 인증하는 재미에 빠져서 결국 부상으로 멈추게 된 사연이지만, 그땐 매일 새벽 10km씩 빠르게 달려서 그런 이유도 크다.

100일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글을 써서 인증하기로 한 이상, 이를 뒷받침할 의지와 체력은 필수다. 고이 접어놓았던 매일 달리기를 꺼내본다. 어제가 첫날인데 사실 매일 달리기를 할 생각까진 없었다.

첫날 사명서를 어떻게 쓸까 누워서 생각하다가 갑자기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새벽 5시 30분에 집에서 나왔다. 씻고 출근준비하려면 6시 30분까진 와야 하니 주어신 시간은 많아야 1시간이다.

호수공원까진 1KM를 가야 하지만 내리막길이라 좋다. 비몽사몽 천천히 달리는데 시작하자마자 오르막길이면 정말 나가기 싫으니까. 물론 다 뛰고 와서 힘이 없을 때 마지막이 오르막길이라 이 악물고 달려야 한다는 점이 옥에 티다.

특히 새벽에 달리러 나가면, 처음엔 괜찮다가 1km쯤 달리면 배에서 신호가 온다. 화장실배다. 다행히 공원 초입에 항상 휴지가 보장된 화장실이 있어서 안심이다. 이날도 조금 뛰자마자 신호가 와서 화장실에 다녀왔다.

호수 한 바퀴를 뛰고 육교를 건너 집 쪽 언덕으로 향하니 30분 조금 넘는다. 6km가 조금 안 되는 거리. 오르막길 끝에 도착하기 50M쯤부터 다리를 교차하며 크게 앉는 런지 자세로 보강훈련을 시작한다. 30분 뛰고 10분 보강. 런지로 한발 한발 옮기다 보면 죽을 것 같이 힘들다가 끝에 도착한다.

집에서 나와서 오는 데까지 걸린 시간 40분. 거리와 속도에 집착하지 않으면 40분만 쏟아도 매일 달리기를 이어갈 수 있다. 집에 와서 씻으면 1시간 안에 상황 종료다.

첫날은 시작하는 설렘으로 해낼 수 있지만, 문제는 2일 차다. 전략이 필요하다. 나는 의지를 믿지 않는다. 아니, 의지와 정신력을 믿지 말아야 한다. 그것들은 우릴 너무 잘 속이고 타협시키는 협상의 전문가다. 이를 대체할 가장 확실한 대안이 필요하다.

보통은 인정욕구가 답이다. sns에 서로 인증하는 시스템에서 소통하며 응원하는 분위기라면 그 재미와 연결의 힘이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일단 이불령, 현관령을 넘어야 달릴 수 있잖아? 그건 어떻게 넘어야 하지?

어제 첫날 달리다가 화장실에 다녀온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래! 화장실! 생리적 욕구를 습관에 접목하면 되잖아. 보통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화장실이고 일을 치르면서 핸드폰을 보면서 잠을 깨우는 게 보통이다. 문제가 있다. 잠이 깨면 다시 침대로 와서 눕거나 SNS를 하다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눈떠지면 그냥 나가면 어떨까?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1km 멀리 떨어진 호수공원 화장실까지 빨리 뛰라고!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집에는 화장실이 없다고 내게 속삭인다.

이어지는 아름다운(?) 대화. 승우야. 지금 눈떴지? 좋은 아침! 화장실 가고 싶다고? 아. 화장실은 여기 없어. 어디 있냐고? 1.3km 떨어진 공원 입구에 있어. 아무거나 입고 빨리 나가봐. 쌀 거 같다고? 그러니까 빨리 나가. 나가서 뛰어. 지금 당장.

화장실 신호가 오는 것도 같고 불안해진다. 빨리 챙겨서 나간다. 트레일러닝 때 중간쉼터인 체크포인트(CP)가 매일 달리기에선 화장실이다. 너무 급해서 1KM를 뛰지 못하면 어쩌냐고? 그냥 싸? 노노. 중간에 0.6KM쯤 지점에 관리사무소 근처 화장실이 하나 있어. 너무 급하면 임시로 그쪽을 이용하고, 보통은 공원까지 뛰어가서 거기 화장실을 쓰라고.

생리현상을 이용한 매일 달리기 전략은 의지를 쓰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화장실 생각이 나자마자 옷을 챙겨서 나가서 달리고 있는 나를 본다. 2일 차 매일 달리기. 2일 차 백일백장. 저 멀리 화장실이 보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골인!

아침에 현관문을 넘는 100가지 방법 중 화장실이 최고다 :) 뛰어야 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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