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3) '고운 마음'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by 러너인

항상 레전드라고 생각하던 이슬아 작가님 책을 샀다. 사실 올해 3월 초, 일간 이슬아를 한 달 구독해서 책 초고는 대부분 이메일로 받았지만,. 은혜 입은 감사한 마음에 기꺼이 구입했다.

3월 말 첫 책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출간 전, 우연히 이슬아 님 인별 계정에서 일간 이슬아 구독신청 글을 보았다. 너무 늦은 걸까. 이슬아 님의 전설의 이메일을 20일간 매일 받아볼 수 있는 기회라니. 원래 마감하려다 뒤늦게 나타난 신청자분들의 간절한 요청으로 하루 정도 더 연장했을 때, 그 막차를 탔다.

메일함이 쌓여도 출간 준비로 열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예약판매가 시작되고 연일 인별과 카톡, 스레드에 홍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출간 즈음에 오디오북 지원사업 기획서를 내고 출간 후 한 달이 되던 날 사업에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디오북 낭독자로 한 분을 떠올렸다. 요조 님.

5년 전 달리기에 처음 빠졌을 때, 유튜브 영상에서 요조 님의 달리기 예찬 영상에 공감하고 영상에 소개된 런데이 어플을 깔고 달리는 습관이 몸에 붙었다. 그때 요조 님 노래 1시간 모음집을 들으며 새벽에 뛰기도 많이 뛰었다.

하지만 요조 님께 나는 수많은 사람들 중 모르는 사람일 뿐. 어떻게 부탁해야 할지 막막했다.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올해 책 나오기 전 팬심으로 서울 책방무사 오픈 전에 책모임에 한 번, 북토크에 한 번 다녀왔을 뿐.

대문자 I인 나지만 용기를 내기로 했다. 어떻게? 책방을 여셨으니 책방에 가야지. 막상 가면 아무 말도 못 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책이라도 몇 권 사 오면 될게 아닌가? 오디오북지원사업에 밤새 기획서를 써서 선정된 뿌듯함이 내게 작은 용기를 주었다.

일단 내 책을 챙겼다. 출근 후 일하다가 문득 오늘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차를 내고 수원에서 신촌으로 향했다. 가면서도 계속 두근거리고 다시 돌아갈까 하는 마음도 올라왔지만, 일단 용기 낸 거 끝까지 해보자고 다독였다.

지하철역에 내렸다. 이게 걸어서 5분이면 책방무사에 도착. 책에 싸인과 몇 줄 글을 적으려면 여기뿐이다. 지하철 의자에 앉아 내 책 앞표지에 이렇게 적었다.

"요조 님께.
40대, 미운 제 자신이 싫어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삶이 어둡고, 새벽마다 눈시울이 젖던 날들.
요조 님의 낭독과 노래를 들으며 뛰었습니다.

달리기가 두 발로 쓰는 기도였던 그때,

요조 님의 목소리는 조용한 위로가 되어주었고,

그 덕분에 이 이야기를 끝까지 쓸 수 있었습니다.


존경과 고마움을 담아 이 책을 드립니다.
저의 이야기와 요조 님의 목소리가
또 다른 시간 속,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조용히 닿아 이어지길 바랍니다.
- 2025년 4월의 끝날, 승우 드림."

요조 님께 전한 첫 글. 나의 마음을 그대로 내 책에 담아 전했다. 책방에 안 계셔서 책을 대신 전해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날 내 책에 편지를 쓸 때 얼마나 떨렸는지... 볼펜똥이 책에 묻을까 걱정되어, 몇 글자마다 손목에 닦았더니 손에 북두칠성처럼 별자리가 생겼다.

책을 드리고 일주일 후 이메일을 썼다. 5년 전 유튜브 인연과 달리는 인생의 시작, 그리고 지금 러닝에세이 책 출간, 오디오북 지원사업 선정까지 요조 님을 모시고 싶은 마음을 절절히 담고, 이 책이 객관적으로 괜찮은 책이니 낭독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이었다.

마치려다가 이슬아 님의 메일이 생각나서 열어보았다. 이메일 목록 중 한 에피소드에 눈이 번쩍 뜨였다. "내마 금지-돈 얘기를 언제 꺼낼 것인가"

중요한 돈 얘기가 빠져있었다. 민망해서 두 번째 메일에 쓰려던 내용. 이슬아 님의 송곳 같은 글에 정신을 차리고 꼼꼼히 돈 얘기를 적었다. 그 뒤 이메일을 여러 번 주고받으며 요조 님께 낭독 승낙을 받았다.

이 책엔 이슬아 님의 비법이 담겨있지만 가장 가슴에 와닿은 건 '무엇보다 고운 마음으로 키보드 앞에 앉아라.' 상대를 귀하게 여기고 그의 시간과 노고를 진정 소중히 여기는 귀한 마음으로 시작하라는 말씀.

이슬아 작가님의 단 하나의 무기는 그 '고운 마음'이 아닐까?

무명작가인 나의 첫 달리기 책을 요조 님이 낭독해 주신 건 어떤 배경이나 인연도 없는 내가 '고운 마음' 하나로 키보드 앞에 앉아 떨리는 마음으로 쓴 이메일에 담긴 진심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이슬아 작가님의 내마 금지 비법도 더해서 ^^)

더 고운 마음으로 쓰고 달리고 말해야겠다. 이슬아 님과 요조 님처럼 :)

keyword
작가의 이전글(100-02) 매일 달리기, 뛰어야 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