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신이 내려온다

by 러너인

- 등장인물 : 요조(책방주인), 승우, 무사 1, 2, 3...(모인 분들)

- 시간과 공간 : 2025년 7월 26일(토) 19~21시

- 기억을 더듬어 쓰는 거라 내용이 조금씩 다를 수 있음에 유의 :)

(테이블 위에 말린 감, 귤, 과자, 맥주... 다과가 놓여있다.)

요조 : B.O.O.K 첫 책모임에 와주신 여러분, 반가워요.(주위를 둘러보며) 혹시 귀신 보신 분 있으세요?

무사1 : 저요. 책에 나오는 환경과 비슷한 곳에서 살았어요. 제가 본 귀신은...(어린 시절 본 귀신 이야기가 이어진다.)

승우 : 전 사실 이 책이 호러물인 줄 알고 무서운 이야기를 기대했어요. 보다가 살짝 당황했죠.(기대와 어긋나서) 중간중간 유튜브 공포라디오 채널 영상을 보며 무서움을 충전하고 다시 책을 읽곤 했어요.

무사2 : 맞아요. 이 책의 귀신은 무섭지 않고 애틋했어요.

요조 : 사람은 어떻게 귀신이 되는 걸까요? 슬픈 일을 겪거나 아픔을 안고 떠날 때가 아닐까요. 이 책엔 대만의 2.28 민주화 운동으로 희생된 사람들이 귀신의 형태로 비추어지고 있는데, 어쩌면 귀신은 자신의 억울함을 잊지 않도록, 슬픈 역사가 잊히지 않도록 나타나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게 아닐지요.

(고향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가 전환된다.)

요조 : 책 주인공은 기를 쓰고 고향을 떠났는데, 왜 다시 고향을 찾고 그리워할까요? 여러분은 고향을 그리워하나요?

무사1 : 아니요. 별로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고향이란 그 뭉클한 느낌이 저에겐 없어요.

승우 : 저도요. 마치 '공중그네'같은 느낌이에요. 서울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초, 중, 고 변화의 시기마다 이사를 다닌 이유도 있겠네요.

요조 : 물어볼게요. 지금 승우님의 고향은 어디일까요?

승우 : 지금 제가 편안하고 행복해지는 곳이요. 두 발로 달릴 수 있는 곳이 고향 같아요. 호수공원, 트랙, 가끔 출장 가서 달리는 그 길들. 달리고 있는 모든 곳이요.

무사 2 : 혹시 서울이란 공간 자체가 '고향'이란 단어와 안 어울리는 게 아닐까요? 뭔가 고향이라면 시골의 정경이 펼쳐지고, 공간이 독립되고 나뉘어 있어야 할 것만 같아요.

무사3 : 전 책을 읽을 땐 감흥이 없었는데, 우연히 며칠 전 고향에 갔다가 조금 소름이 돋았어요. 제가 살던 곳이 마치 흉가처럼 변해있더라고요. 어린아이가 타는 방치된 세발자전거까지...

요조 : 각자의 고향에 대한 생각이 이렇게 다양할 수가 있다는 게 흥미롭네요.

(작가 장자샹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요조 : 아시겠지만, 이 책은 대만에서 앨범과 책이 동시에 나왔어요. '야관순장'이란 타이틀로요. 전 대만어를 모르지만 그 노래를 들으면서 책을 읽었는데 몰입되더라고요.

무사1 : 참, 작가 장자샹은 언제 오나요?

(다들) 장자샹은 오늘 여기 안오죠. (웃음)

무사1 : (탄식하며) 난 오늘 장자샹이 오는 줄 알고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오타도 하나 찾아놨고. 제가 아Q정전을 쓴 루쉰 생가 옆에 몇 년 살아서 작품을 다 읽었는데, 루쉰 작품 세 권을 섞어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화자가 약간 광인의 느낌이 있고. 그래서 직접 묻고 싶었어요. 루쉰 작품과 본인 책의 관련성을... 아쉬워요.

요조 : 다 같이 장자샹 밴드 라이브 영상을 들어볼까요?

(조명이 꺼지고 스크린에 영상이 흐른다. 마치 귀신 들린 듯 영상이 나오다가 중간에 몇 초씩 화면이 꺼졌다가 다시 나온다. 소리는 끊이지 않고 화면만 반복해서 꺼졌다 켜진다.)

승우 : 요조 님은 점보는 걸 좋아하세요?

요조 : 좋아해요. 하지만 맹신하진 않으려고 해요. 누군가의 말처럼. 알 수 없는 것에 마음 쓰기보단 알 수 있는 지금에 집중하려고 해요.

(각자 한 마디씩 소감을 이야기한다.)

승우 : 약하고 불쌍한 귀신들이 무서운 걸(?) 듣고 보고 놀랄까 봐 밤의 제왕인 야관이 귀와 눈을 가려주는 장면에서 뭉클했어요. 어쩌면 우린 서로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아요.

(모임이 끝나고 인사를 나눈다.)


요조 님이 추천사를 쓴 책 <밤의 신이 내려온다> 모임에 다녀왔다. 스터디카페에서 전공서적 보듯 힘들게 보다가 완주한 책이다. 젊은 음악가가 노래와 책을 고유한 대만어를 익혀서 쓴 자체가 대단하다. 고향에 대한 깊은 그의 애정에도... '공중그네'처럼 줏대 없는 나의 고향. 고향은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다. 마치 귀신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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