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중일기

by 러너인

- 등장인물 : 순신(충무공 이순신 장군), 승우(나)

- 시간과 공간 : 2025년 어느 여름밤. 훈련 후 꿈속.

순신 : 목요일에 언덕훈련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승우 : 예. 장군. 그날 런클럽 훈련이 있었사옵니다.

순신 : 여름은 덥고 훈련은 힘든데 너는 무슨 각오로 뛰었느냐?

승우 : 저는 장군님의 말씀을 붙잡고 뛰었습니다.

순신 : 오호. 무엇인지 어서 말해보거라.

승우 : 예. 장군. "저에게는 아직 한 번의 기회가 있습니다."이옵니다.

순신 : 뭣이라? 나는 12척의 배로 왜놈들을 물리쳤는데 한 번의 기회는 무엇이더냐?

승우 : 예. 언덕을 여러 번 뛰면 지치고 혼미하여 낮밤을 가리기 힘듭니다. 소인은 노쇠하여 체력에 자신이 없사오나 항상 이것 하나만은 가슴에 품고 있사옵니다.

순신 : 나는 48세에 임진왜란을, 53세에 명량대첩을,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에 임했을 때 나이가 54세였다. 네가 나보다 노쇠하느냐?

승우 : 저는... 임진왜란과 명량대첩 사이에 있사옵니다.

순신 : 허허. 너도 쉽진 않겠구나. 그래 무엇을 품고 달렸는지 어서 말해보거라.

승우 : 예. 장군. 제가 말한 '한 번의 기회'는 훈련의 끝, 마지막 한 방. 방심하고 있던 언덕에게 주는 카운터 펀치이옵니다.

순신 : 허허. 언덕에게 주는 카운터 펀치라. 허나 네가 그전에 먼저 녹다운되지 않겠느냐?

승우 : 예. 장군. 저는 몸이 서서히 덥혀지고 빠른 스피드에 유난히 약하옵니다. 다만, 마른 나뭇가지처럼 버티는 힘은 있사옵니다. 버티다가 마지막에 혼신을 다해 뛰는 전략이옵니다.

순신 : 더는 못 뛸 것처럼 비실대며 오르다가 마지막 회차 언덕에서 온 힘들 쏟아낸다라... 허허. 시름시름 앓던 황소가 낙지를 먹고 벌떡 일어나 뛰어다니는 형국이로다.

승우 : 예. 장군. 사실 뭐든지 마지막만 잘하면 다 잘한 것처럼 느껴지옵니다. 그 즐거움도 있사옵니다.

순신 : 처음 언덕으로 향할 땐 마음이 어떠했느냐?

승우 : 예. 장군.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고 마음은 답답하였사옵니다.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사옵니다.

순신 : 군대는 사기를 먹고사는 것이다. 두려움은 뱀 앞에서 도망칠 기회가 있음에도 돌처럼 굳은 개구리와 같다. 너는 시작도 하기 전에 마음이 굳었단 말이더냐?

승우 : 저는 긴장을 두려움이라 생각하지 않사옵니다.

순신 : 무슨 말인지 소상히 밝히거라.

승우 : 예. 장군. 저는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어 긴장하는 것이라 믿사옵니다. 포기하려는 마음이면 허허 웃고 넘겼을 것이옵시다.

순신 : 허허. 이놈. 보기와는 다르구나. 네 놈 말도 일리가 있다. 입술을 꼭 다물고 해내려는 네 얼굴이 생생히 그려지는구나.

승우 : 허나 굳게 마음을 먹고 출발해도 금세 마음이 작아지는 것이 언덕훈련이옵니다.

순신 : 난중일기를 자세히 읽은 적이 있느냐?

승우 : 장군. 제대로 읽지는 못하였습니다.

순신 : 잘못한 부하를 참하는 내용을 여러 번 썼느니라. 너도 그렇게 두려움을 참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승우 : 장군. 적과 싸우기 전에 두려워하는 마음을 먼저 참하라는 말씀, 간직하겠나이다.

순신 : 언제나 한 번의 기회가 남아있다는 네 말처럼 12척의 배라도, 아니 남은 배가 없더라도... 마지막 기회는 언제나 내게 남아있다는 것을 나도 네게 배웠다. 끝으로 하나만 묻겠다. 네 '런중일기'에 별명이 있느냐?

승우 : 예. 장군.「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입니다.

순신 : 모든 전투에 이야기가 있듯이... 기억하겠다. 계속 달리거라. 러너여.

승우 : 예. 장군. 명을 받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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