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be
‘교수님, 저는 돈버는것 말고는 중요한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회계강의를 수강하는 동안 호기롭게 질문한 내 모습을 보고 시간을 때우기 위해 온갖 질문을 받던 교수님의 눈길이 공감,시련,애잔,공허 와 같은 묘한 기운을 담고 나에게 왔다.
실로 그랬다. 그랬기에 원하는 방향을 정하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걸어가서 도착해왔다. 문득 친한친구가 ‘너 가만보면 좀 싸이코패스 같아’ 라는 말을 들었는데 왜 그런지 조금은 알것같다. 난 늘 확실한 판단의 조각을 저먼치 던져두고 다시 다가가서 그것을 줍는 일을 반복해왔고 큰 오차가 없었다. 비유하자면, 바다와 모래사장의 경계를 걸으면서 돌맹이를 주워 좀 멀리 던지고 ‘당연히 돌맹이니까 바다에 쓸려가지 않겠지’ 하고 좀 걸어가서는 다시 그 돌맹이를 줍고 내 판단을 확신하는. 생각해보면 조금 위험한 태도로 고집스러운 인간이 되어가는것인지 원래 그런인간인지 모르겠으나 그러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문득 걷기에만 집중하고 발가락
사이에 들어오는 모래의 질감, 발바닥 옆면에 닿는 차가운 바닷물의 감촉따위는 잊어버리고 계속 걷고,줍고만 있다. 나만 그럴까? 내 주변의 대다수가 그런가? 무슨 이유에서든, 어떤 형태로든 우리는 결코 진정한 자유를 향해 나아갈수는 없는건가?
돈을 쫓는 맹목적인 걸음의 끝에 도달한다면 그때의나는 지금의 과정을 후회하진않을까. 어쩌면 그 걸음의 끝도 시작도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것 같다.
삶과 죽음, 시작과 끝, 과거와 미래, 겨우 3차원을 인지하고 이해한 인간이 어떤 형태로든 자유롭고자 하는 욕망을 진정으로 달성하는 시기가 언제쯤 올까? 문득 살아있는 동안에 그런걸 이루는건 불가능하고 결국 인간의 삶은 죽어서 진정 자유로워 진다는 생각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은 아니지만 죽음이 두렵지는 않다는 생각을 늘 하고는 있다.
참 우습게도,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서 왜 나는 안정적으로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욕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가? 그러면서도 왜 그 과정에서 생길수 있는 부조리,불합리는 눈감지 못하고 들이받아서 시시비비를 가려야만 속이 시원해질까? 나라는 인간 자체는 모순 덩어리, 결핍 덩어리 같다. 그것들이 마구 뒤엉켜서 온갖 요란한 형태의 소리와 냄새 모습을 나타내는게 내 모습이여서 가끔은 혐오스럽다.
어릴적 초등학교에서 배운 인사잘하기, 잘씻기, 뭐가 옳은것인지 판단하기를 연습하면서 그저 그것들에 집중해 살고 싶은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것들이 가장 어려운 일이였다. 그저 그렇게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로 이 세계와 타인에게 달갑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싶었는데 그게 참 내뜻대로 잘 안된다.
그래서 그런걸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 물론 내가 보는 그 사람들의 면은 안과 밖이 다를수도 있겠지만, 그 밖을 최소한 그런식으로 유지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 아닌가. 이것도 생각하고, 저것도 생각하고,하다보니 하기싫지만 이게 옳은것 같아서 하게되고, 그랬는데 알고보니 그건 나를 속이고 내가 순전히 하고싶지만은 않았던, 그래서 그런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모든 사회의 존재에게 마땅한 경외심 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