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걱정하기
너에게 보내는 세 번째 편지- 엄마가 문장화원을 만든 이유
정원에게
새벽에 일어나 창문을 아주 조금 열었을 뿐인데
상쾌한 바람이 온 방안을 감싸는 아침이야.
어젯밤, 너는 또 책을 보느라 밤을 새웠겠구나.
퇴근하고 들어 온 나를 앉히고
"엄마, 나 이제 뭘 해야 할지 확실히 알겠어.
내가 지금 무얼 준비해야 할지도 정하고 나니까
답답하던 마음이 펑하고 뚫린 거 같아. 느낌이 좋아.
내년에는 내가 맘먹은 대로 잘 될 거야."
그 말들을 쏟아내던 너의 얼굴이 참 반짝였단다.
그 마음이 얼마나 좋았으면,
나를 보자마자 붙잡아 그렇게 말했을까 싶어
같이 마음이 환해졌어.
그래서 오늘은 엄마도 너에게
내 마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엄마는 요즘 "문장화원"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시작을 하고 있어.
이 이름 안에서 나를 다시 키워보려고 해.
너도 알지?
엄마가 30년 넘게 아이들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해 왔다는 걸.
그런데 문득 돌아보니,
정작 내 이야기는 오래 접어두고 살았더라.
늘 성과를 내는 독서와 글쓰기, 토론...
그 흐름 속에서
나도 모르게 결과 중심의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지.
내가 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관에서
독서지도사 양성과정 강의를 할 때,
도서관에서 성인대상 독서글쓰기 모임을 할 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로
자기 이야기를 품고 살아가고 있구나.
이런 우리가 책을 읽고 문장을 만나고 그 문장에 머무르며,
조용히 자기 이야기를 꺼내보는 시간,
그런 공간이 있다면 좋겠다고.
그래서 시작했어.
문장화원.
거창하지 않아.
누군가의 삶에 대단한 전환을 주는 일도 아니야.
그저 하루의 감정, 한때의 생각, 묵혀둔 기억을
책 속 한 문장을 빌려 천천히 꺼내보는 자리야.
문장화원은 다그치지 않아. 피는 꽃도 지는 꽃도 모두 품어주니까.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문장을 들어주고,
자기의 문장을 이야기하고,
그 문장들이 모여 다시 삶을 살아내는 힘이 되기를 바라는 거야.
참 신기하게도, 글을 쓰다 보면 내 마음이 조금씩 자리를 잡더라.
내가 어떤 시간들을 지나왔는지,
무엇을 잃고 살았는지,
비로소 들여다보게 돼.
그래서 엄마는 바란다.
딱 한 사람이라도 책 속 한 문장을 통해 자기감정을 돌아보고
다시 자기 삶을 걸어가게 되길.
그게 문장화원의 시작이고 끝이야.
네가 만들어준 로고를 볼 때마다 참 고맙고 든든해.
정원아,
사실 많이 두렵고 떨린단다.
이 나이에 뭘 새로 시작한다고
이름까지 붙여가며 무엇을 하겠다고 말하려는 게
어쩌면 무모해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너에게 말하고 싶었어. 아직 늦은 건 없다는 걸.
엄마는 지금 50년 이상을 지나온 시간이 이 새로운 시작의 뿌리가 될 거라 믿어.
그리고 너는 아직 젊음이라는 씨앗을 품고 있으니
네가 맘먹은 대로 충분히 잘해 낼 수 있어.
엄마도 아직 나도 나를 다 키우지 못했어.
여전히 헤매고 머뭇거리고 용기를 잃어버리기도 해.
그래도 너의 응원이 있다면, 나아가볼래.
너도 그렇지? 엄마의 응원만 있다면 나아가 볼 수 있지?
오늘은 여기까지
너를 생각하며...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