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새벽, 나는 다시 일어섰다.-정원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
정원에게,
너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야. 오늘은 친구와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며 아침부터 서둘러 나가는 너의 뒷모습을 보았어, 네가 나가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고요 속에서 이번에는 네게 나의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고 싶어 졌단다. 내가 다시 일어선 건 바로 이런 고요함 속에서였거든.
고요한 새벽이었다.
여느 때처럼 이불속에서 눈을 뜨자마자 무심코 핸드폰을 집어 들었어. 한없이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밀어 올리며 인스타그램을 열고, 새벽 기상 커뮤니티 속 반짝이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았지.
너도 알 거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하루를 활기차게 열었다는 걸. 그런데 어느 날부터였을까. 눈은 뜨이는데 책은 손에 잡히지 않았어. 인스타그램, 유튜브 쇼츠, 블록그 글 등을 아무 생각 없이 넘기며 그 새벽을 아무렇게나 보내고 있었단다. 낮에는 현업에 열심이었지만 밤이 되고 새벽이 오면 나는 아무 의욕이 없이 습관처럼 자고 눈뜨고 의미 없는 일로 시간을 보내는 날들이었어.
그날도 똑같이 인스타를 열고 하트표시를 눌러 누가 다녀갔는지 살펴보다 어젯밤 나를 팔로우 한 낯선 계정을 발견했어. 딱하나의 피드만 올려진 이제 막 시작하는 계정이더구나. 그런데 그 한 장의 피드가 바로 내 책 <우리 아이 책 좀 읽게 해 주세요>였단다. 그 사람은 이제 막 독서토론논술 교습소를 시작하면서 책에서 만난 자기 마음 같은 문장들을 기록해 두고 늘 그 마음을 되새기고 싶다고 했지. 그 문장들이 모두 바로 내 책에서 고른 글이었단다.
정원아,
그 피드를 본 순간에 끓어오르던 나의 환희를 너는 이해할 수 있을까?
이불을 박차고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꼭 쥐고 가슴 떨려했던 그 순간에 나는 다시 일어섰단다.
이건 내가 책을 쓰며 진짜 바랐던 반응이었어.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공감하고, 자신의 삶을 여는 열쇠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건드린 거야.
사실 책을 낸 뒤 나는 오히려 더 조용해졌어. 기대했던 반응은 들리지 않았고, 스스로 허무감에 빠져 무기력한 날들을 보냈지. 누군가의 공감도, 응답도 들리지 않으니 허무했고, 기운이 빠졌지. '괜히 책을 썼나... 내가 너무 못 쓴 건가' 싶은 마음을 너에게는 솔직히 말한 적 있지? 그냥 책을 쓴 거 자체로 만족해야 하는데 역시나 오만한 나의 마음은 여러 가지 기대를 가지게 했던 거였단다. 지난번 편지에 썼던 오만함이 늘 곳곳에서 나에게 이렇게 드러나는 거였음을 지금은 알고나니 많이 부끄러워진단다.
그리고 이제 다시 깨달았어. 내가 진짜 무기력해져 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말이야. 하고 싶은 일이 있었지만 확신도 용기도 없어서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그 새벽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단다. 다시 시작해도 된다고. 망설이지 말라고. 나의 마음이 단 한사람일지라도 누군가에게 닿아 힘이 될 수 있다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다음 편지에 알려줄게. 오늘은 이 이야기만으로도 마음이 꽉 차버린 거 같아.
정원아
너도 마음속에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지? 나에게 학점은행제를 물어보고 대학원 수업을 물어볼 때의 너의 목소리는 참 힘이 있었어. 50대를 한참 지나가는 나도 하고 싶은 걸 못하고 포기하니 무기력해지던데, 너는 얼마나 더 답답하고 힘이 들까? 그러니 우리 서로 밀어주고 지켜봐 주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보자. 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볼게. 그러니 너도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래?
그럼 오늘은 이만.
너를 생각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