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좋은 해

책 <트렌드 코리아 2023>을 읽고

by 마레몽

2023년 계묘년의 해가 밝았다. 매년 발간되는 트렌드코리아도 어김없이 올해의 띠 동물인 토끼와 함께 찾아왔다. 그동안 <트렌드 코리아>가 매년 나오는데도, 나는 읽어보지 못했다. 진입장벽이 높기도 했고, "그저 키워드를 내세우기 위해 억지로 짜 맞추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과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다. 이번 독서모임을 통해 완독 하고 싶어 졌고, 책장을 덮으니 그간 왜 <트렌드 코리아>가 매년 나오고, 베스트셀러에 오르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트렌드 코리아 2023>을 읽으니 앞으로 트렌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 같다. 트렌드 키워드 하나가 나오게 된 과정과 그에 기반한 사례 및 데이터가 근거로 나와 왜 트렌드가 되어가는지 납득이 되었다. 책을 읽기 전 새로운 유행이나 트렌드가 나오면 "이게 유행이래~" 하면서 그저 받아들이고 전파하거나 "이게 유행? 왜?" 하면서 의문을 제기하하기도 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니 올해 새로운 유행이나 트렌드가 나오면 책에 나온 키워드와 연관 지어 생각해 "유행이 이렇게 나오는구나"로 이해될 것 같고, 유행을 미리 알고 맞추듯이 재미있게 세상을 바라볼 것 같다.


또 하나는 눈치 보지 않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좋은 해라고 생각한다. 물론 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무엇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맞지만 오히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나에게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이를 체감했던 키워드가 '평균 실종'과 '오피스 빅뱅', '네버랜드 신드롬'이었다.


첫 번째 키워드인 '평균 실종'은 우리 사회에서 집단을 대표하는 평균값이 무의미해지고 양극단으로 몰리는 '양극화', 개별값이 산재하는 'N극화', 한쪽으로 쏠리는 '단극화'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균으로 표현되던 상품, 삶, 정상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으며 탁월함, 차별화, 다양성이 필요해지고 두드러지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p.161 [평균 실종]

N극화 현상이 시사하는 중요한 사실은 우리 사회의 전형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집단주의 성격이 강했던 한국 사회가 개인을 중시하는 문화로 변모하면서 ‘필수 코스’였던 삶의 경로 중 상당 부분이 개인의 선택으로 바뀌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닮고 싶어 하는 준거집단도 분화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고도로 발달한 소셜미디어들은 사용자들의 취향을 전시하는 장으로서 각자에게 적합한 극을 만나도록 돕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평균이란 그저 “그중에 하나”일뿐이다.


p.167 [평균 실종]

평균이란 지금까지 우리에게 하나의 기준이 되어왔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삶의 성적표를 받듯 자기 소득을 자신이 속한 집단의 평균치와 비교하곤 한다. 평균에는 묘한 설득력이 있다. 평균을 넘으면 안심되고 평균에 못 미치면 불안감을 느낀다. 때로는 이러한 비교가 자기반성과 동기부여라는 긍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현대사회에서 이것이 과연 적절한 방법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평균이 사라짐으로 인해 개인을 우선시하는 이기적인 개인주의가 만연해지고,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평균 실종'은 전형성이 사라지면서 개인의 개성과 가치관 및 선택이 점점 인정받는 사회로 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때 친구들과 다른 선택으로 인해 자괴감이 들고, 자신감이 낮아질 때가 있었다. 특히 퇴사를 하고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는 지금도 비슷한 기분이 든다. 그동안 나는 평균에 속하지 못했던 선택을 했다. 때로는 그 선택이 후회로 남아 평균이 되기 위해 노력도 했다. '평균 실종' 트렌드는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듯하면서 큰 힘이 된다.

p.169 [평균 실종]
이제 평균적인 무난한 생각, 평범한 상품, 괜찮은 서비스로는 두각을 나타낼 수 없다. 평균으로 표현될 수 있는 무난한 상품, 평범한 삶, 보통의 의견, 정상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 정규분포로 상징되는 기존의 대중 시장이 흔들리면서 대체 불가능한 탁월함, 차별화, 다양성이 필요한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평범하면 죽는다. 근본부터 바뀌고 있는 산업의 지형도에 맞춰, 각자의 핵심 역량과 타깃을 분명히 하여 새로운 전략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별해야 한다. 평균을 뛰어넘는 남다른 치열함으로 새롭게 무장할 때 불황으로 침체된 시장에서 토끼처럼 뛰어오를 수 있을 것이다.


평균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모자라거나 우월하고 특별할까? 그건 아니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고 원하는 방향대로 이끌어가기 위해선 남들이 하는 만큼, 즉 평균적인 노력만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잘하는 것을 어떻게 하면 더 뾰족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며 끊임없는 노력과 시도를 해야 한다. 고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시도하고 시도하고 시도해봐야 한다!


두 번째 키워드 '오피스 빅뱅'은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하이브리드 근무, 워케이션 등 새로운 근무 환경이 등장하고 임금 노동의 가치가 하락해 이직과 퇴직이 열풍이 되는 노동시장의 변화를 말한다.


p.174 [오피스 빅뱅]

감염병의 위험이 재택근무로의 이행을 본격적으로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되는 시발점이 됐다는 것이다.


p.195 [오피스 빅뱅]
근무 형태가 다양해지고 노동시장이 격변하는 오피스 빅뱅의 시대를 살아야 하는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 ‘당신은 더 좋은 회사를 다닐 자격이 있다’ 저자 김나이 씨는 “직장에서 최대한 가늘고 길게 버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를 마주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시도하고 업으로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보라”라고 조언한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도 중요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용기’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오피스 빅뱅은 나에게 맞는 일의 가치관을 찾아나가는 여정이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대부분 생계를 꾸리고 일을 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일,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것이야말로 점점 더 빨라지는 변화와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이자 공격이 아닐까?


'당연함'이 시대에 따라 상대적인 것임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일을 하려면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이 당연했고,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에 가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로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일들이 모두 당연해지지 않았다. "당연히 ~ 해야 한다"라는 말이 상실되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 그동안 당연한 것을 방패로 삼아 도전하고 싶은 일을 미뤘다면 지금부터라도 당연함에 벗어나는 것이 점점 더 빨라지는 변화와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가 될 것이다.


세 번째 키워드 '네버랜드 신드롬'은 영원히 아이의 모습인 피터팬처럼 나이 들기를 거부하는 트렌드로 어린 시절 구매하던 아이템을 구매하고, 책임지지 않기 위해 승진을 마다하고, 아이들처럼 쉽고 명랑하게 노는 것을 좋아하는 세 가지 유형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며 생애주기 변화가 생기고 다양화되며 어른이라 부르는 전형적인 모습이 사라진 것이 원인임을 말한다.


p.398 [네버랜드 신드롬]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비야르는 현시대를 끊음과 이음을 반복하는 ‘단속성’의 시대라 표현한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현대사회의 불규칙한 박동’이 현대인에게 한 직장에 오래 머무르지 말고 끊임없이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한다는 것이다. 변해야 살아남는 시대에 사람들은 ‘청년-중년-노년’의 단계가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삶이 아니라, ‘생애 1-생애 2-생애 3-…’으로 여러 차례 끊고 다시 시작하는 삶을 살게 된다. 이러한 삶의 단속성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불안을 더하며 어른과 아이를 구분 짓는 기준도 뒤흔든다.


p.403 [네버랜드 신드롬]

누구나 “나는 아직 젊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내 나이만큼 충분히 늙었다고 여기지 않는다면, 어쩌면 어른이란 인간 발달의 특정 ‘시점’을 가리키는 말이 아닌 삶의 지향을 향해 스스로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가리키는 말일지도 모른다.


이제 삶은 시간 순으로 변화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각각의 이야기를 가진 옴니버스식 영화가 되어가는 것 같다. '당연함'이 사라지면서 나이로 삶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 했는지로 기억하는 삶이 되는 것이다.


해가 지나가면서 동시에 나이 한 살을 먹는 것도 2023년이면 끝이 난다. 드디어 K-나이가 사라지고 만 나이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앞자리가 바뀌었다가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라는 말이 있지만 그 숫자가 주는 심리적 압박을 가히 무시하기란 어렵다. 나이만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더 나이 들고 싶지 않은 사람들, 나도 그런 사람에 속해있었다. 다행히 새롭게 도입되는 만 나이 덕분에 나이는 -1, -2가 되고 자신감과 용기는 +1 +2 그 이상이 주어지는 것 같다.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해보고 싶은 일, 마침 올해 한 살 더 젊어지니 할 수 있기 딱 좋은 때 아닌가? 2023년은 몇 살이 아니라 무엇을 했던 나로 기억하고 싶은가?


이제 정해진 어른의 나이는 없다. 모두가 되고자 하는 어른을 향해 살아가는 사람이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깊이 고민하며 스스로 만들어가야겠다.


p.77
큰 성공이 어려워진 저성장기 시대에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자아의 의미를 찾는다. 평범한 인생일지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기 다짐적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이루지 못한 목표는 아쉽고, 아득한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무언가를 위해 노력했던 경험, 그 목표를 달성했던 성취감,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들은 분명 변화의 씨앗이 된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변화된 삶을 상상하고 그 하루를 조용하게 수련하는 동안 우리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추구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궁극적인 공동체의 변화가 시작된다. 내면의 작은 변화가 커다란 전체를 바꾸는 힘의 원천이다. '수적천석' 작은 물방울이라도 끊임없이 떨어지면 결국엔 돌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는 사자성어다. 유례없는 경제 불황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해답은 ‘꾸준함’에 있을 것이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꾸준함이 꿈을 이루는 2023년을 기대한다.


비록 새로운 일이 불안하더라도 꾸준하게 한다면, 내가 두려워하는 바위가 아무리 클지라도 결국엔 뚫리는 2023년이 될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당신이 무기력한 이유가 나와 같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