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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그라임스의 경우

우주민박 메이앤앨리스

by 메이앤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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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민박 메이앤앨리스>

4화. 그라임스의 경우


그라임스는 아무런 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수로서의 인기도. 일론 머스크와의 사랑도 그라임스를 떠나가버렸다.


왜 그녀가 100년 동안의 냉동 수면을 택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혹자는 그녀의 이상한 성격 탓을 했고 혹자는 급속히 빨라지고 있는 기술 발전 속도를 근거로 댔다.


그라임스는 유리관 안에 들어가 냉동 수면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용액이 주입되면 가사 상태에 빠지게 될 겁니다.” 곁에 서 있던 연구원이 말했다.


“100년 후에 깨워줘요. 지금은 자고 싶으니까.” 그라임스가 답하며 눈을 감았다.


그라임스는 유리관에 천천히 용액이 주입되는 것을 느꼈다. 몸이 차가워지면서 잠기운이 돌았다. 잠을 자고 나면 100년이 지나 있을 것이다.


그녀가 알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죽은 세계.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어질 것이다.


100년 후에 깨어난 그라임스는 우선 자신의 계좌부터 확인했다. 복리의 마법은 그라임스의 거대한 재산을 더욱 더 크게 만들어줬다. 미래 세계의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쓸 돈은 충분했다.


그 돈으로 그라임스는 미용 치료를 받고 신체 노화 역행 요법을 받았다. 이제 그녀는 불노불사의 존재였다.


100년 후의 세계에는 일론 머스크가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낳은 손자가 일론 머스크 3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화성을 정복한 할아버지처럼 그도 베타 센타우리라는 다른 항성계를 지배하고 싶어했다.


사람들은 그의 꿈을 무모하다고 생각했지만 주식은 그렇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 3세가 대를 이어 받아 운영하게 된 스타십 프로젝트는 천정부지로 주가가 올라갔다.


그라임스는 자연스럽게 일론 머스크 3세를 만나 그와 결혼했다. 그녀는 이제 일론 머스크와 평생 2번 결혼한 여자가 되었다. 그리고 오게된 곳이 이곳 베타 센타우리의 게스트 하우스였다.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라임스에게는 시간의 흐름이 무의미하게만 보였다.


끝도 없이 높은 건물, 항성을 오가는 우주선, 피부 색깔을 바꾼 사람들이 가득한 이곳은 100년 전의 지구가 가지고 있던 고독을 그대로 안고 있었다.



그라임스는 페페에게 말했다. ““페페. 너도 앉아 있어. 당분간은 시킬 일이 없을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마드모아젤.” 페페가 답했다.


일론 머스크 3세는 전화기를 붙잡고 한창 우주복 얘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래. 새로운 우주복이 필요해! 지금 당장 말이야. 3개월이 걸린다고? 너무 늦어!”


일론 머스크 3세에게는 베타 센타우리 항성계의 두번째 지구형 행성을 정복해야 한다는 또다른 사명이 있었다.


그는 그의 할아버지만큼 쉴새 없이 일했다. 가끔은 실적 발표회장에서 춤을 추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산책을 해야겠어. 페페 따라와.” 그라임스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마드모아젤.” 페페가 답했다.


베타 센타우리는 지구화가 되긴 했지만 아직 동식물을 들여오지 않아서 황폐한 사막밖에 없는 행성이었다.


메이와 앨리스의 게스트 하우스 주변도 끝없는 사막 뿐이었다. 페페와 그라임스는 사막을 향해 걸어갔다.


한참을 걷다가 그라임스는 뭔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저것 좀 봐봐. 페페.”


“예 마드모아젤.”


“로봇이야.”


“로봇이군요.”


가까이 다가가자 작고 낡은 로봇 하나가 멈추어 서 있었다.



“넌 이름이 뭐지” 그라임스가 물었다.


“F-717입니다.” 로봇이 답했다.


낡았지만 아직 동작 센서와 음성 센서가 정상적으로 구동되고 있었다. 이 사막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는 신만이 알 수 있으리라.


그라임스와 페페는 다시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갔다. F-717은 둘의 뒤를 따랐다.


“왜 따라오는 거야?” 그라임스가 물었다.


“생명체를 돕는 것이 저의 사명입니다.” F-717이 답했다.


“네 주인은 어디에 있어?”


“제 주인은 1000년간의 냉동 수면에 들어갔습니다.”


그라임스는 1000년의 시간을 떠올렸다. 무한히 긴 시간. 하루처럼 느껴지는 지겨운 시간이었다.


그라임스와 페페는 어쩔 수 없이 F-717과 함께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했다.


“그래. 로봇 비서가 한 명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라임스가 말했다.


“저로는 부족하신가요? 마드모아젤?” 페페가 물었다.


그라임스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게스트 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갔다. F-717과 페페만 남겨졌다.



“서열은 확실히 하자고. 로봇. 내가 수석 비서고 너는 차석이야.” 페페가 말했다.


“차석도 영광입니다.” F-717이 답했다.


그렇게 해서 메이와 앨리스의 게스트 하우스에는 로봇 하나가 더 늘게되었다. (계속)




<우주민박 메이앤앨리스>

* 글 : 제이슨, 그림 : 란

* 매주 수요일 연재

* 메이&앨리스 인스타그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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