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데이 6주차까지 내가 경험한 달리기
다부진 러너의 폼으로 달리며 마주 오는 바람과 자연을 느끼는 나의 모습. 생각만으로도 살짝 설레기까지 했다. 슬로우 러닝, 러너들의 폼 영상만 20개 넘게 보며 세계적인 마라토너 킵초게 선수의 폼은 아니더라도 킵초게 동네 사람 폼이라도 얼추 나올 줄 알았는데 '웬걸?'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너무나도 컸다.
대망의 첫 번째 달리기(다섯 번의 달리기 중 첫 번째)
나의 상상과는 다르게 30초 만에 맛본 숨가쁨과 피맛 나는 헐떡거림. 시간이 지날수록 복근에 힘이 없어서 엉덩이는 뒤로 쳐지고 엉거주춤 자세로 첫 번째 달리기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분명 걷는 것과 다름없는 속도였는데도 이렇게 숨이 찰 수 있다는 걸 체득하게 된 내 소감은 이러하다. '내 몸 왜이러지...' 당황 그 자체였다.
그리고 세 번째 달리기에서는 '여기까지 뛰어보고 땀을 흘렸으면 됐다. 좀 더 살을 빼고 다음에 다시 시도해볼까?'라는 생각으로 물들었다. 분명 첫 목표는 '나도 마라톤 10km를 완주할거다.'였는데 점점 '런데이 오늘 코스만이라도 마쳐보자.'라고 하향 조정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3주 차까지는 주 3일 런데이 초보자 코스를 하나씩 깨는 게 도전이었다. 아이를 키우고 살림하면서 이틀, 아니면 사흘에 한 번씩 나가서 달리기 미션을 수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다른 어떤 것보다 눈앞에 당장 결과가 보이는 운동이 아니어서 '이 코스를 믿고 가면 30분 달리기가 가능해진다.'라는 막연함을 따라가는 게 제일 힘들었다.
꾸준함보다는 즉흥력이 강한, 말 그대로 대문자 P(MBTI의 즉흥 P)의 삶을 살아왔던 35년간의 인생. 누구보다도 용두사미가 익숙한 삶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거창하게 시작해 놓고는 쉽게 포기하고 접을 것 같았는데 이번만큼은 왜인지 그렇게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세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첫째, 달리다 보면 지금 내가 하는 달리기와 호흡, 자세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져서 온갖 고민과 잡생각이 일시적으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었다. 둘째를 낳으며 나이 듦을 더 실감했다. 마흔을 앞두고 건강에 대한 걱정과 막연한 미래의 불안으로 머릿속이 늘 복잡했는데 달리면서 많은 생각이 정리되었다.
둘째, 체중은 여전하지만 체력은 근소하게나마 강화되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무리해서 달리지 않고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달리기를 주 3일 정도 꾸준히 하면 산후에 바닥을 쳤던 체력이 조금씩 올라오면서 같은 계단을 올라도 이전보다는 덜 힘들고, 돌쟁이 아기를 안고 마트에서 장보는 것도 조금은 거뜬해진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컨디션이 좋으면 마음에도 여유가 생겨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빨리 털고 일어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달리기가 나만의 소소한 성취가 되어 버렸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학업이든 일이든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환경에서 벗어나 아이를 위한 세상 속에 자신을 두게 된다. 그러다 보면 아이와 상관없는 나만의 것을 성취하기가 참 어려워진다. 그때마다 달리고 나서 '오늘은 내가 끝까지 달렸잖아. TV나 유튜브 보는 시간에 달리기라도 했잖아'라고 스스로를 다독거리면 나만의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생기고 하루를 잘 보낸 것 같아 만족스럽다.
내가 런데이라는 어플로 달리기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완주하면 도장을 받을 수 있는 '도장깨기'방식 때문이었다. 달리기를 마치고 도장을 하나씩 채워갈 때마다 '해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그 누구도 "달리면 뭐 해줄게"라고 말해주지 않았지만 8주 초보 코스 달리기 도장이 채워질수록 '나도 꾸준히 할 수 있구나'하는 믿음과 의지를 선물로 받는 것 같았다.
어느덧 6주차가 되니 [살이 많이 빠지고 러닝이 조금 쉽게 느껴졌습니다.]라는 정석을 여기에 남기고 싶었지만 식단 조절 없이 꾸준히 달리기만 해온 결과는 결국 발목과 무릎에 은근한 통증과 1kg정도의 약소한 체중의 감소만을 가져왔다. 그러면 6주 정도 지나니까 달리기가 편해졌는가? 대답은 '아니요.' 여전히 다리는 느리게 움직였고 달리고 난 다음날에는 다리 근육부터 온몸이 뻐근했다. 마치 전신이 '나도 근육이었소'하고 소리를 치는 듯했다. 이때부터 아주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된다. '10분동안 어떻게 달리지? 아니 30분, 1시간을 쉬지 않고 달릴 수가 있어?'
그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일이 거뜬해진 것은, 6개월 후의 이야기다.
오늘의 달리기 TIP.
초보러너들의 달리기 전후 스트레칭과 10km 마라톤 대회 준비를 위한 꿀팁 영상 2가지
마라닉 TV 채널
1. [달리기 최고의 스트레칭. 9분으로 효과 대박!]
https://youtu.be/4P-fUsQ3T-c?si=tzES87l1CH1vcFDY
달리기 스트레칭을 수도 없이 보았는데 이분 채널의 스트레칭이 따라하기 쉽고 익숙한 동작들이어서 달리기 전후에 꼭 찾아서 하게 되었다. (너무 지루할때는 사실 1.25배속으로 놓고 따라했다.)
2. [초보도 부상 없이 10km를 달리게 되는 과학적 방법]
https://youtu.be/OztX0hsr2sY?si=R-sp7iz7Pj578K9p
10km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찾았던 영상이었다. 동적스트레칭의 개념을 처음 알았고 사실 4주차 까지 따라하다가 5월 마라톤을 출전했는데 부상 없이 완주에 성공했다. 10km 마라톤을 준비하는 초보러너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