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데이 초보코스 8주차를 마무리하다
달리기 입문자에게 추천했던 '런데이 초급 30분 달리기'를 글로 쓰며 처음에 이 미션을 다 수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졌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솔직히 6주 차까지는 조금 힘들지만 재밌게 할 만한 정도였다. (라고 지금은 말할 수 있다.) 주차마다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시간이 30초, 1분씩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3주 차에서는 쉬지 않고 한 번에 달려야 하는 시간이 2분이면 4주차에서는 한 번에 2분 30초씩 달리기를 하는 정도로 조금씩 늘어나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고 '뛸 만한데?'라는 마음도 든다.
6주부터는 다르다. 이제 달리기 초보로 봐주지 않는다. 첫 번째, 두 번째는 한 번에 4분 달리기를 하는 것을 내주다가 마지막 세 번째에서는 3분을 증가해 7분씩 달리는 것을 미션으로 주고, 7주 차는 훈련 시간을 대폭 늘려 한 번에 쉬지 않고 10분씩 달리라는 미션을 준다. 즉, 처음부터 바짝 힘을 주고 전력 질주를 하다가는 중도에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 실제 기록을 보면 6주차 세 번째 미션이나 7주 차는 두 번씩 하는게 있는데 이전처럼 2~3분 달리기를 하듯 힘을 분배해서 뛰다가 지쳐 중도 포기를 했기 때문이다.
심박수가 너무 많이 오르지 않고 평온한 상태로 계속 뛰어야 한다는 것을 안 것은 이 시기부터였다. 이것을 [Zone2운동] 이라고 하는데 몸에 과한 부담을 주지 않으며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을 의미하고 심박수가 약 120~130bpm 정도로 과하지 않게 하는 운동을 일컫는다.
Zone2 운동은 몰랐지만 대망의 2024년 12월의 첫날 8주 코스의 마지막 미션. 쉬지 않고 30분 뛰기를 해야하는 나. 지금도 그때의 풍경이 생생히 기억난다. 11월 말에 내린 눈이 살짝 녹아 비가 온 듯 젖은 산책길, 길모퉁이에는 녹지 않은 눈들이 군데군데 있고 하늘은 파란색 물감을 끼얹은 듯 구름 한 조각 없이 맑았다. 앙상한 나무들 사이에 스쳐 가는 겨울 칼바람은 정말 쌀쌀하고 추웠는데 그 틈으로 내리쬐는 햇살은 너무 따뜻하고 포근해서 추위로 움츠러든 마음을 다시 부여잡게 했다.
마지막 달리기를 준비하며 모자를 꾸욱 누른채 집에 들어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달리기를 시작하는 나. 귀에 꽂은 흰색 에어팟에는 신나는 가이드 선생님의 마지막 안내 멘트가 나오고 있었다. 산후 150일째, 남들은 찬바람에 산후풍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꾸준한 달리기 덕분인지 컨디션이 생각보다 너무 괜찮아서 마지막 30분 달리기를 부상없이 잘 마쳐야겠다는 일념으로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안내하던 1주차와는 다르게 가이드 설명 없이 어플리케이션에 나오는 음악과 점점 가빠오는 내 호흡만 한 데 섞여 들릴 뿐이었다. 이상하게 걷는 속도로 달렸는데 심박수는 160, 170bpm이라고 알림이 온다.
그동안 숱하게 달려왔던 길이었는데 조금 더 낯설게 느껴진 이유는 내 몸이 새롭게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을 배워야 했기 때문이었다. 1분마다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며 아직도 멀었다 되풀이하길 수차례, 그리고 도래한 29분. 마지막 1분만 뛰면 된다는 생각으로 침범벅이 된 마스크를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달성한 30분 달리기. "와아!"고 탄성을 지르며 겨우 숨을 몰아쉰다. 마지막 5분 걷기로 달려온 그 거리를 다시 천천히 되돌아간다. 내 몸 구석구석 겨울의 추위가 만들어낸 아지랑이가 피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도전한 8주 초보 달리기 과정이 3개월만에 끝이 났다.
긴 여정 동안 가장 뿌듯한 것은 한겨울이었고, 출산 한지 5개월밖에 안됐는데 부상과 통증 없이 레이스를 완주했다는 점이었다. 산후 운동의 편견을 깬 것 같기도 해 뿌듯했다. 또 장거리 달리기를 통해 조급함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도 깨달은 점이 큰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어쩌면 그 점이 육아와 닮아 있는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제일 큰 원칙 중 하나가 '조급해하지 말 것'이라고 말하는데 오래 달리기를 하면서 이것을 몸으로 배우게 되었다. 출산으로 저점을 찍은 컨디션과 체력이 달리기를 통해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실수 하거나 짜증을 낼 때 예전처럼 바로 화를 내지 않고 '그럴 수도 있지'하며 넘기는 일도 많아졌다. 육아로 쌓인 스트레스를 달리기로 풀게 된 것도 이 시기였다. 땀을 흘리며 이렇게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산책길과 천변길이 있음에 감사했다. 때로 달리기가 지겨울 때는 러너가 많은 호수공원을 가서 각자의 속도로 달리는 그들을 보며 나도 다시 내 속도로 천천히 달려야지 마음먹으며 달리곤 했다. 달린 후 일상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다시 보면 감사함이 넘쳐나 아이를 힘껏 안고 "괜찮아, 고마워, 사랑해"하고 말하게 됐다. 여러모로 내 육아휴직 기간 중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오래 달리기 시작하기'라고 당당히 말하리라.
초보 러너의 도장깨기는 결국 끝이 났지만 나는 아이에게 성장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새해에는 10km, 하프마라톤까지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다가오는 10km 마라톤 대회 신청, "뭐 얼마나 어렵겠어, 한 번 도로에서 달리고 완주해볼까? 그리고 아이들하고 사진 예쁘게 찍어야지!"라고 말했던 게 얼마나 섣부른 발언이었는지, 주요 마라톤 대회 신청과 접수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기]보다 어려운 일이었는지를 깨닫게 되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러다 육아하며 우연히 닥치게 된 부상의 시련이 나를 얼마나 주저하게 만들지도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오늘의 달리기 TIP.
간단한 러닝용어를 알면 러너들과 이야기 할 때 도움이 많이 된다. 초보자를 위한 용어들을 익혀보자.
▶ 페이스(Pace) : 1km를 몇 분에 뛸 수 있는지 나타내는 속도 단위, 페이스가 7분, 700(칠공공)이라고 말한다면 1km를 7분에 뛰는 속도를 말한다. 초보자는 처음에 빠르게 뛰지 말고 9분, 10분 정도로 천천히 뛰는 것을 추천한다.
▶ 케이던스(Cadence) : 1분에 몇 걸음을 내딛는지를 말하는 용어. 케이던스 180으로 하라는 말은 1분에 180 걸음을 내딛는다는 뜻이다. 초보자는 작고 빠르게 걸음을 딛으며 (거의 걷는 속도로) 가볍게 달려야 숨이 덜차고 충격도 덜온다.
▶ PB(Personal Best) : 개인 최고 기록 (예시: 나 이번 10km 마라톤 56분으로 완주했어, PB갱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