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중순, 밖으로 나가기 망설여질 만큼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30분 달리기를 완성한 나의 달리기 열정은 멈출 수가 없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10km 마라톤 신청]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앞두고 러닝에 대한 열정이 다시 불타오르고 있었다. 11월부터 12월은 러너들에게 다음 해 상반기 주요 마라톤 대회를 신청하는 시즌이었고, 나 역시 자연스럽게 유명한 마라톤 대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러닝을 시작한 남편 덕분에 고하마(고양하프마라톤), 서하마(서울하프마라톤)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러닝을 시작한 또 다른 지인에게 "저 이번에 고하마 10km 참가하려고요."라고 설레발을 친 덕분에 지인도 "그럼 나도 같이 달리자"고 함께 신청하기로 했다.
혹시라도 대회 신청을 놓칠까봐 마라톤 대회 홈페이지 즐겨찾기 해두고 접수 날짜와 시간을 알람까지 맞춰놓았더랜다. 마라톤 대회는 선착순으로 모집했고 왕년에 대학 수강신청을 떠올리며 당연히 참여할 수 있을거라 한톨도 의심하지 않았다. (요즘은 하도 신청자가 많아 래플-추첨식을 말함- 로 대회 참가자를 뽑는다.)
대망의 11월 그날, 한껏 들뜬 마음으로 노트북을 키고 10시 정시를 숨참고 기다린다. 3,2,1 땡! 접속시간 도래와 동시에 나는 1분만에 절망의 메세지를 접하였다.
1분을 기다리고 또 새로고침. 새로고침을 하면 또 오류등뒤에 식은땀이 나고 ‘설마..’하며 접수자수 폭발로 오류가 난 사이트를 기다리길 15분. 겨우 들어간 페이지에는 아래의 메세지만 덩그러니 비춰주었다. 15,000명 마라톤 모집자가 단숨에 마감이 된 바로 그 순간이었다.
메이저 마라톤 대회 참가하는게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기 보다 쉽지 않다.’는 건 이걸 말하는걸까..? 처음에는 트래픽초과를 관리 못한 이 대회 사이트 (러너블)에 화가났고, 오류가 떴으니 10시부터 들어온 사람들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주최측이 움직여야 하는거 아닌가? 하고 따지고 싶어 문의도 남겼다. 그러나 결과는 [신청이 마감되어 달리실 수 없습니다.] 는 답변이었다. 그 모든 난관을 뚫고 결국 신청한 자들이 있으니 안타깝지만 당신은 이번 마라톤 대회에 우리와 함께 하실 수 없습니다. 라는 주최측의 냉정한 답변을 끝으로 첫 메이저 마라톤 대회 10km 신청은 실패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도래한 2025년, 을사년.
푸른뱀의해에도 나는 어김없이 복싱과 달리기를 했다. 그러다가 계단하나를 헛딛여 왼쪽발목이 꺾이는 큰 부상을 겪으며 달리기를 중장기적으로 쉬게 되었다. 10km 마라톤 대회를 출전하겠다는 뜨거운 다짐은 이 부상으로 또다시 찬물끼얹듯 식어버려지고 말았다. 메이저대회 신청 실패와 달리기를 할 수 없는 발목 부상.
첩첩산중 같은 상황에서도 나는 왜 10km 대회를 포기하지 않으려 했을까. 아마 그 이유는 내가 30분 달리기를 마치려 했던 이유와 닿아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을 확인하고 싶었던 일.
소소한 성취를 어떻게든 놓치고 싶지 않았던 마음.
결국 그 마음이 소소하지만 내게 잊지못할 1시간 22분 09초의 완주를 만들어내었다.
누군가는 그까짓 10km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저 완주 메달 하나가 뭐라고.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은 또 말할지도 모르겠다. 1시간 넘어 도착한 완주가 그렇게 큰 의미가 있냐고.
달리기가 쉬운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일이 내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온 건 나만의 “러닝추구미”를 찾고 그걸 포기하지 않은 첫 시작이었기 때문이었다.
5km를 숨가쁘게 달리던 내가 7km에서 살짝 걸어도 결국은 10km를 완주했다는 것.
주변에 아무리 잘 달리는 사람들이 나를 앞서갔어도 나는 그냥 내 7분30초 페이스를 유지했다는 것 (나중에는 알아버렸다. 나는 8분대가 딱 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달콤한 결과로 저 메달을 당당히 쟁취했다는 것.
내 러닝 추구미는 메이저대회이건 동네 지역 대회이건 남들보다 천천히 달리다가 조금 걷게 되던, 그러다가 다시 소소하게 달리기하면서 누구도 주목하지 않더라도 끝까지 완주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 내 추구미는 저거구나..!! 완벽하지 않아도, 내가 생각한 시간이 아니더라도 완주하는 것. 부상이 아니라면, 걸을 수 있다면 피니시라인을 통과하는 것.’
앞으로 치열해진 마라톤 대회 신청의 경쟁을 뚫고 얼마나 더 마라톤 대회를 완주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내 러닝추구미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달리고 걷는 사람이고 싶다.
That's what i RUN this r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