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RUN RUN

바로 5

ㅡ잊자!

by 달리는김작가



엊그제


직장에서

소소한 배드민턴 대회가 시작되었다.



참가팀은 총 8팀.

우승과 준우승에게

소정의 금액이 걸려 있었고,

복식으로 팀을 구성하되 다른 성별로 이루어지게

팀을 구성해 출전해야 한다는 조건만이 걸려있었다.




ㅡ그렇다면... 좋아!


나는 호기롭게

오고 가는 직원들을 붙잡고

배드민턴을 같이 한번 쳐보지 않겠느냐며

나가기만 하면 아마도 우승일 거라고 큰소리를 쳐가며,

권유와 회유가 섞인 반강제성 매칭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누구 와든 꼭 참가해 우승 언저리까지는 가보리라는 야심 찬 나만의 목표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그러다 운 좋게도

제법 민첩한, 다른 부서의 직원(그렇게 친하지는 않으나^^;;)에게 승낙을 받아내고

참가 신청을 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점심시간을 활용해 10일 정도 급 연습 훈련에 몰입했다.


시간이 넉넉지 않아 점심을 간단히 먹고, 30분 남짓 연습 게임을 진행했다.

그러고 나서는 헥헥대며(사실 난 쌩 초보다, 다행히 운동 신경이 발달되어 있는^^;;)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쁜 숨을 고르며 오후 업무를 차분히 진행하곤 했다. 반드시 본선을 진출하리라, 다짐에 다짐을 마음속으로 거듭하면서 말이다.




드디어, 결전의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샤워를 하고

가장 편안한 옷을 찾아 입고 경기에 임할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대회는 예선을 통과해야 했고 시합은 단판제여서 뭔가 거하게 다짐하기보다는, 단지 예선만 가볍게,

오늘의 예선 경기만 즐겁게 통과하면 된다는 것을 상상에 상상을 더하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출근길을 나섰다. 계속 오른팔을 귀 뒤로 들어 올리며 팔을 부드럽게 돌리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말이다.




ㅡ15점 내기, 단판입니다~!


단 한 판에 승패가 좌우되는 경기였다.

긴장에 긴장이 더해지고,

나는 최선에 최선을, 더 더 더 더!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졌다! 그것도 무참히!


나는,

가벼운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점심 식사는 패스했고,

대회를 대비해 미리 일찍 경기장에 가서 예비 연습 게임을 했는데 아주 컨디션이 좋아서 오늘은 됐다!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예선전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웬걸. 실제 게임에서 바로 졌다. 그것도 허탈하게, 15대 4로 KO 패를 당한 거다.


우리 팀은

예상 밖의 상대팀 페인팅 전략에 속았고,

무엇보다 나도 모르게 긴장한 탓인지 게임 내내 실수가 연발되고 같이 뛰는 팀원도 실력 발휘를 못한 체 계속해서 공을 받아내지 못하는 실수가 생겼던 것이다......

우리는 평소의 기량을 반에 반도 못 보여준 경기를 진행하게 되어서, 경기 끝을 알리는 소리에 헉, 하며 쉽사리 예선 경기에 졌음을 인정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지나간 경기는 후회하지 말아야 해요."


다음날,

우연히 만난 다른 부서의 직원이 나에게 직언을 했다.

패자 부활전을 했으면 좋겠다며, 한번 더 뛰어서 조금이라도 잘해 보고 싶다는, 정말 아쉽다는 나의 말에 전직 육상 선수 출신인 그 직원은 이렇게 폭격을 했다.


"끝난 게임은 잊으세요~"


이미 게임은 끝났으니,

다음에 잘하면 되는 거고, 그렇게 지나간 일을 자꾸 생각하면서 후회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다가는 괜한 자책으로 우울감만 더해질 수 있으니 그냥 잊는 게 좋다며 씩, 웃었다.



돌이켜보면,

예선전 경기를 할 때

나는 진심으로 게임에 임했었고,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다만, 평소에 꾸준히 배드민턴을 치며 운동을 해 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쩌면 패배는 당연한 결과였는데 내가 너무 과한 욕심을 냈던 것이었다.


사실,

다른 팀원들은 다들 한 번쯤은 열심히 과거에 배드민턴을 배우기도 했었고, 또 어떤 분은 열심히 동호회 활동도 지금까지도 해오고 계시던 분들이었다.

그런 프로분들 사이에서 배드민턴 쌩초보인 내가 오만하게도 나 자신의 운동 신경을 과신을 하고 대회에 야심 차게 겁도 없이 덤벼들었던 것이기도 했다.



겸손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뭔가 결과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더라도 지나간 것은 바로 잊자.


새로운 일에 도전을 했고,

그 순간들을 준비하면서 얼마나 즐거웠던가!

활기차게 살았던 그 며칠간의 행복을 가슴에 안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니, 아쉬웠던 순간은 바로 잊어도 것이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내일이 또 기다리고 있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니, 지나간 일들은 바로 잊자~







#내일을 향해

#잊음의 미학

#오늘도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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