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심플하게 산다(도미니크 로로)'의 습격
밥통 하나 달랑, 싱크대 주변에 아무 것도 없다.
마치 콘도에 체크인한 후, 막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보이는 주방 모습 같다.
직장 후배에게 전송되어온 사진이다.
이게 뭔가 물으니, 불쑥 자신이 읽었던 책 이름을 적어 보내 준다.
"이제 좀 가볍게 살까 봐요. 갖고 있던 책이나 안 쓰는 물건들은 기증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줬어요. 그랬더니 책장이 남게 되어서요, 그것마저 필요하다는 분께 줘버렸어요. 안 입는 옷들도 정리해 엄청 버렸고, 애들 장난감도 모두 모두 털고 있어요~."
하고 웃으면서, 내게 어서 '과감히 버리기'를 권한다.
그렇게 '심플하게 산다'는 나를 습격했다.
후배에게 말로만 전해 들을 때는, 단지 물건의 정리를 권장하는 책이거니 했다.
오판이다!
작가는 <물건, 몸, 마음>으로 나누어, 물건만이 아니라 몸과 마음도 정리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보다 더 적게 가지고 단순하게 살라 한다. 진정한 삶의 풍요로움이 어디서 오는지 새롭게 느껴보라 나직이 말하며, 정신적으로도 심플한 삶을 통한 인간적 성숙을 권하고 있다.
사실, 나는 집에 뭔가 사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공간을 뭔가로 꽉꽉 채우는 걸 싫어해 정말 필요한 것 이외에는 구입하지 않는다.
대형마트의 경우에도, 매장에 들어가는 순간 머리가 지끈거려 피하는 편이다. 한 달에 한 번 갈까 말까다. 대신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은 동네 작은 가게들에서 오다가다 사곤 한다. 오히려 시간과 돈이 절약되고 피곤함도 덜하다.
일도 마찬가지이다. 이왕이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처리하는 게 좋다. 주변 정리도 나름 잘 한다고 자부하며 살아왔다. 다만, 정든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것과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는 질질 끌려다니는 게 결정적인 흠이라면 흠이랄까?
그래서 난, 약간 자신만만하게 책을 펼쳤다.
'뭐, 별거 있겠어?…….'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나와 내 주변에 정리해야 할 것들이 차고도 넘쳤음을 깨달았다. 특히, 이 구절은 내 마음을 강하게 후려쳤다.
모든 게 탐욕의 대상이다. 재산, 사업, 예술품, 지식, 친구, 여행, 신(神), 심지어 자기 자신의 자아까지도.
잠시 나는 생각에 깊이 잠겼다.
작가는 우리가 진정 소유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하루 하루의 시간뿐이라 말한다. 그리고 적게 먹고 몸을 가볍게 만들면서 마음을 잘 정리하여 자신을 다스리라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삶의 목적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임을, 인간의 불행은 갈망과 소유욕의 지나침, 욕심과 집착의 과도함에서 시작되는 거라 말한다.
최근 나는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정신없이 살아오느라 미처 해 보지 못했던, 많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보고 싶은 '갈망'에 가득 차 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마냥 바쁜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하고 '쓸데없는 욕심이 아닌가? 과도한 집착이 아닌가?'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진짜로 이 물건은 내게 필요한 것인가?"
"정말로 이 일은 내게 가치로운 일이야?"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리고는 하루에 하나씩, 필요 없는 묵은 물건들을 버리고, 정신과 마음을 가볍게 하기 위해 나의 내부를 계속 파헤치고 분석을 하고 있다.
현재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유익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많이 소유하지 않는 삶을 추구하되, 정신과 마음을 비워 한껏 자유롭고 풍요로운 인생을 살아가기!
이것이야말로 '인간답게 사는 길'이자, '존재하는 삶'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Bravo, My simple life!"
※P.S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하루15분정리의힘ㅡ윤선현
#나는단순하게살기로했다ㅡ사사키 후미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