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을 그 누군가를 그리다
저기 어딘가
짙은 밤 도시의 반짝이는 불빛 끝자락을 타고
칼바람 치대는 차가운 겨울 한 모퉁이에
희미한 웃음으로 성큼 내게 다가섰다
스르륵 사라져버리는 신기루 같은
그리운 그가 가득하다
말 못 할 슬픔과
들리지 않을 한숨 사이
점화(點火)를 기다리는 불씨를 꺼내
후우 살포시 두 볼 가득 그리움 불어 보는 오늘
눈부시게 환히 빛 발할, 내 깊은 사랑아
반포대교를 지나 차가운 겨울바람 속을 걸으며, 도시의 건물들과 강물에 비쳐 더 밝게 반짝거리는 불빛들을 바라본다.
어둠을 밝혀주는 저 불빛들처럼, 우리의 허전한 마음을 환히 밝혀줄 그 무언가는 어디쯤에 있을까?
삶에 쫓겨 잊었던 많은 감정들이 새삼 일렁이고, 깊숙 가슴에 새겨두었던 그리움들을 꺼내 본다.
어딘가에 늘 있을 것 같은, 내 마음 다 알아줄 그 누군가가 그립다.
그러나 이내, 어느 누구도, 그 어딘가에도 온전한 내 편은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한껏 외로워지고 쓸쓸한 밤.
이제는 그것들에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